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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기 ㈔인천언론인클럽 명예회장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 및 조국의 통일을 위해 노력하며, 국가의 이익을 우선으로 해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회의원이 금배지 달기 전에 하는 대국민 선서문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선서에 따라 일하는 국회의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우리나라 국회 구성은 선출의원과 비례대표 포함 300명이다. 임기 4년간 드는 비용은 약 1조 원이다. 국회의원 한 명당 나라에서 지급되는 세비는 월평균 1천150만 원으로 연간 1억4천만 원에 이른다.

이것은 대한민국 1인당 연간 GDP의 5.2배를 웃도는 금액이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과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가져가는 금액은 평균 3.2배가 높은 수치다. 전용 보좌관 비서 7명과 인턴 2명에게 들어가는 금액 역시 4억 원의 세비가 지급되고 있으며 그 외 차량지원비, 가족수당 학비보조, 특별활동비, 정근수당, 간식비, 해외시찰, 통신요금, 의원회관 사용비, 해외출장 항공료 무료, 불체포 면책특권 등 금배지의 특권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반면 유럽의 정치선진국에선 국회의원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라고 인식하고 행동하고 있다.

그들의 출퇴근은 자전거와 지하철 대중교통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검은색 고급 차량과 대조를 이룬다. 게다가 국회의원 수도 너무 많다. 약 16만 명당 1명이 선출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70만 명, 가까운 일본은 26만 명당 1명이다. 이 모든 것이 국민의 혈세인 것이다.

 이보다도 더한 혜택은 바로 국회의원 임기에 있다.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은 5년 단임제이고, 지방자치단체장은 3선 이상 연임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어떠한 규정도 없다. 이번에 치러진 20대 총선을 보면 3선 이상 출마자가 무려 66명이나 된다. 7선을 넘어 8선까지 존재한다. 더욱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국회의원들 스스로 월급을 얼마나 받을지 정한다. 부리는 직원 수도 마음 내키면 늘릴 수도 있다. 해외에 나갈 때 공무수행을 위해서라고 하면 장관급 대우에 비즈니스석 항공료를 지원받는다. 이것은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 중 극히 일부다. 불체포특권, 면책특권도 있다. 일각에선 특권이 100여 개에 달한다고 하나 확인된 건 아니다.

 선진국에서 의원이 자기 보수를 직접 정하는 곳은 거의 없다. 미국과 프랑스는 공무원 급여나 물가상승률에 자동 연계된다. 영국과 캐나다는 외부 기구가 협정한다. 우리 국회는 1988년 "급여 인상을 위한 법 개정은 그들 의원의 임기 중에는 효력이 없다"는 법 조항을 삭제했다. 보좌진 정수도 의원이 정한다. 보좌진이 원래 취지와 달리 지역구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고, 보좌진 급여도 자주 유용된다. 스웨덴 국회의원에겐 개인 보좌관이 없다. 대신 정책보좌관 1명이 여럿을 보좌한다.

 현재 우리 국회는 정기국회와 짝수 달에 임시국회를 개최하도록 돼 있으나 사실상 개최 일수는 연간 150일 안팎이다. 반면 프랑스는 회기의 ⅔ 이상을 출석하지 않으면 세비 ⅓을 받을 수 없다.

상임위에 세 번 이상 결석하면 다음 해까지 상임위원을 할 수 없다. 호주·인도·터키는 의원이 일정 기간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으면 제명한다. 스웨덴은 회기 중 결근하면 세비를 못 받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주급을 받는다.

 의원이 장관 등 국무위원을 할 수 있는 것 역시 특권이다. 삼권분립 원칙에 따라 미국과 프랑스는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금한다. 우리 의원들은 지방선거 공천에도 깊숙이 관여한다.

 이번 20대 한 총선 출마자는 국회의원 임기 제한 등 20대 국회 전면 개혁 2개 공약을 발표했다. 바로 ‘선출직 공무원의 축의금·부의금 수수 금지 입법화’와 ‘국회의원 3선 제한 법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정 지역에서 한 국회의원이 4~5선 이상을 한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성장할 가능성이 제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젊고 능력 있는 새로운 인재 양성과 균등한 기회 제공을 위해서라도 국회의원의 임기 제한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제 국회도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회,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국회의원이 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국회가 반듯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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