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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 교장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가정주간 등이 있어 가정의 달로 알려져 있다. 가정은 사회의 기초단위이자 가장 핵심이 되는 단위이다. 따라서 사회가 건강하려면 가정이 건강해야 한다.

 「마음의 고향」이란 옛날 소설을 읽은 생각이 나는데, 탕자가 범죄를 계획하고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려는 순간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범죄를 포기하고 시골 고향으로 되돌아간다는 내용의 줄거리였다. 가정이야말로 모든 인간의 마음의 고향이다. 아무리 못된 인간이라도 어머니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어릴 적에 자라던 가정에 대해서는 향수에 젖게 마련이다.

 미국의 남북전쟁사에 이런 감격스러운 이야기가 있다. 1863년의 이른 봄이었다. 남군과 북군은 스파트실바니아(Spatsylvania)에서 긴장 속에 대치하고 있었다. 그때 북군에서는 병사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군악대를 동원해서 ‘성조기의 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남군 역시 뒤질세라 ‘딕시’라는 음악으로 대항했다. 남군과 북군은 먼저 자기들의 군가로 노래 싸움을 한 것이다. 그러자 북군 밴드가 웬일인지 군가를 중단하고 ‘홈 스위트 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이 노래가 울려 퍼지자 이상하게 쌍방의 군사들이 점점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남군의 밴드도 ‘홈 스위트 홈’을 함께 연주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험악한 일선에 아군과 적군의 대합창이 어우러지고 말았다. ‘홈 스위트 홈’은 병사들의 거친 마음에 향수를 불러일으켰으며, 그 향수는 평화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들은 24시간 휴전을 약속하고 모두들 고향의 가족들에게 편지를 썼다고 한다.

 이처럼 가정의 향수는 사람을 다스리는 힘이 있다. 적의에 찬 병사들을 하루 동안이나마 친구로 만든 것이다. (과거 한창인 데모 때 경찰과 학생이 적의를 품고 대치하는데 이때 ‘나의 살던 고향’이나 ‘고향 땅이 여기서 몇 리나 되나?’ 등 향수를 불러일으킬 노래를 부르면서 데모를 한다면 쇠파이프나 화염병이 사라질런지도 모른다.)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행복의 조건이 있지만 가정만큼 행복의 조건에 큰 것이 없다. 건강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건강한 인격자가 된다. 성경의 역사는 가정을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 등 성경은 가정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펼쳐져 나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요즘 문제아이들 때문에 부모들이 골치를 앓고 있는데, 사실은 그 이전에 문제의 가정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테네시주(州)의 미성년 담당판사 태덤 씨(氏)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4천800명이나 되는 17세 이하 범죄청소년의 재판을 담당했다. 이 많은 수의 범죄청소년 중에 오직 29명만이 교회를 정기적으로 다닌 기록이 있고, 이 4천800명의 청소년 중에 부모가 교회에 성실하게 다닌 가정은 하나도 없었다." 병든 가정이 병든 자녀를 만든다는 것이다.

 5월, 가정의 달이라고 하니 내 가정이 얼마나 건강한지 생각해 봐야겠다. 이 가정의 건강도(健康度)를 몇 가지로 측정해 볼 수 있겠다. 첫째, 가족 사이의 대화가 얼마나 빈번한가? 특히 아버지와 어머니사이의 대화는 가정 명암(明暗)을 결정한다. 둘째, 가족들이 함께 얼마나 시간을 보내나? 자녀들에게 돈이나 명품, 소위 유명 상표의 옷을 사 주는 것보다 시간을 주는 것이 건강한 가정의 필수 영양소다. 셋째, 가족들 사이에 무엇을 요구하거나 지시하기보다는 협조(協助)를 하고 도와주는 분위기인가? 넷째, 가정의 주인(主人)이 누구인가? 가정의 주인이 아버지나 어머니(남편이나 아내) 혹은 할아버지나 할머니, 혹은 심지어 자녀들이 주인 노릇하기도 한다.

 내 가정은 얼마나 건강(健康)한가? 그대들 가정은 마음의 고향이다. 정신과 인격의 가장 큰 못자리이다. 내 가정은 외로울 때, 괴로울 때 뛰쳐나가고 싶은 곳인가? 뛰어 들어오고 싶은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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