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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박영조 전 인천마이스터고 교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6년 05월 19일 목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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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조 전 인천마이스터고 교장
모든 것이 불확실한 안개 속과 같은 이런 삶의 위기에서, 우리의 삶은 왜 이렇게 불안하고 피로한가? 가족과 함께 있어도, 카페에서 연인과 함께 있어도, 화장실에 갈 때도 우리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어쩌면 우리는 이제 혼자서 고독을 누리거나 사색하는 방법을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

 2013년 6월 상명대학교 소비문화학회에서 한 교수님이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신이 수업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얼마나 봤는지 질문을 했는데, 질문에 대한 대답과 실제 촬영의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학생들 자신의 대답은 ‘거의 보지 않았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실제 촬영 결과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최소한 ‘5번 이상’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왜 봤는지 그 이유를 물으니 학생들의 대답이 동일하게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봤다"고 했다.

 사실 무엇보다 더욱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면서 자신이나 자신의 삶에 대해, 그리고 사회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나 누군가와 함께 있는 듯이 착각하고, 소통하고 있다고 혼동하면서 혼자 고독할 기회를 가질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러한 우리들 삶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고독하기 쉽지 않은 유동하는 근대로 규정하고, 사유의 주체는 고독, 세대차이, 오프라인과 온라인, 질병 권하는 사회, 공포에 대한 공포, 경계 긋기, 운명과 성격과 같은 것들이다.

 근대가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얄팍하게 하는지 견고한 무거운 근대에서 유동적인 가벼운 근대로 변하고 있어 자유를 누리는 듯 보이지만, 그 대가로 개인의 불안, 불행에 대해 홀로 무한책임을 지도록 강요당한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버리고 고독할 기회를 찾는 노력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문득 어느 날 바라본 친근한 사람들의 얼굴과 아내의 얼굴이 아주 낯선 타인처럼 느낀 적은 없는가? 희랍 속담에 "거리가 요란할수록 고독이 더해가고 사람이 많을수록 고독은 더 깊어간다"는 말이 있다. 많은 물건 속에서, 많은 사람들 속에서 더 깊어가는 고독이 현대인들의 실존이다.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의 주기가 맛 잃은 소금처럼 무미건조하고, 의미를 상실한 허무와 불안이 고독을 더 깊게 한다.

너는 나일 수 없는데도, 너는 나이기를 아니 소유해 버리기를 바라는 끝없는 욕망이 또한 고독을 깊게 한다. 허무와 욕망과 불안이 이 모든 것들 속에서 현대인들은 좀 미쳐있든지 아니면 고독하든지 둘 중 하나이다.

 그러나 고독은 파괴적인 요소가 아니라 소화하는 여하에 따라 건설적인 조건도 된다. 사실 우리에게 고독한 것이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참다운 고독을 상실한 것이 문제가 된다. 입센의 소설 「인형의 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는 모두 진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고독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고독을 통과하여야만 강해질 수 있다." 그렇다. 진리를 생각한 자는 반드시 고독하다. 그러나 그 고독은 과정이다. 그 과정을 지나면 강해진다. 높아진다.

그래서 고독은 강해지려면, 높아지려면, 커 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그러한 과정을 피해 가려고 하고 있기에 군중 속에서, 물질 속에서 거짓 자유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역시 현대인들은 강한 사람이 없고, 높은 사람이 없고, 큰 사람이 없는 까닭도 된다.

 진실한 고독을 해 보려고 하면 병든 고독, 파괴적인 고독을 만나게 된다. 성경에 요한 기자를 통해 예수님은 두려워하는 제자들과 버려진 것 같은 제자들에게 승천하시면서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리지 않겠다." 즉 그리스도께서는 진실 때문에 고독한 사람에게 세상 끝까지 함께 있다고 약속하신 것이다.

진리에의 고독은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이 진리를 안 제자들은 이제 스스로 홀로가 돼 먼 이국으로 복음을 증거하기 위해 나섰고, 핍박과 탄압의 두려운 곳으로 용감히 뛰어들어 간다.

 어느 철학자의 말이다. "고독은 모든 진실한 사람, 훌륭한 사람에게 부과된 운명이다." 그렇다. 고독을 거치지 않고 인간은 굵어질 수도 없고, 깊어질 수도 없으며, 더구나 큰 사람이 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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