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강화는 유사시 왕실과 조정이 피난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보장처(保障處)로 기능하면서 다양한 국방유적이 있어요. 올해 2곳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 조사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인천시립박물관이 지난 3월 ‘문화재청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으로 지정돼 인천의 문화재 조사를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되자 이희인(44)유물관리부장<사진>은 신이 난 표정이다. 문화재청이 2011년부터 매장문화재 조사기관 등록제를 시행하면서 시립박물관의 조사연구 활동이 끊겼다가 올해 전문인력을 확보하면서 재개됐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인천의 경우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이 1곳에 불과해 유물 발굴·조사 등을 제대로 하기에는 벅찼던 게 사실"이라며 "오랫동안 공백기에 있던 조사 연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만2천여 점에 달하는 유물을 보존·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테 조사연구 업무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인천시립박물관의 근본 사명 중 하나인 인천 향토사 완성은 고적 조사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고 믿는다’고 강조한 이경성 초대 관장의 말씀을 잊지 않고 있다"며 "조사·발굴을 통해 인천의 기억을 밝히고, 새로운 유물을 모으고 보존하며 인천의 정체성을 알리는 전시 기능이 모두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70년 역사를 거치며 인천시립박물관이 어디 내놔도 손색 없는 박물관으로 성장했지만 국내 최초의 공립박물관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려면 조사·발굴 업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뜻이다.

인천의 역사·유물과 관련된 학술대회라면 단골 연사로 초청될 정도로 지역을 훤히 꿰차고 있는 이 부장에게 개인사 관련 질문도 던졌다.

"고고학을 전공하고 아내를 따라 인천으로 와 인하대박물관에서 잠시 일하다 2001년부터 시립박물관에서 근무를 시작했어요. 박사 논문 제목이 ‘고려 강도 연구’였을 정도로 인천에 관심이 많았던 게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고고(역사)학자는 항상 물음표를 매달고 사는 직업이라는 말을 들어본지라 직업병(?)에 대해서도 물었다.

"가족과 함께 놀이시설보다는 유적지를 많이 찾고, 관광지를 가도 경치를 구경하기보단 길바닥을 유심히 살피니 아이들이 직업병이 심각하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하죠."

이희인 부장은 직업병이 묻어난 말을 이어갔다.

"박물관을 방문하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기차놀이하듯 눈여겨보지 않고 지나치는 모습을 보면 사실 안타깝죠. 한 외국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학생들이 한곳에 서서 오랫동안 관람하고 서로 토론하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그는 "모든 사람들이 다 역사에 깊은 관심과 흥미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역사는 곧 교양"이라며 "단순히 서술된 내용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사실을 알려 주는 것에서부터 역사교육이 출발해야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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