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일본의 피폭지인 히로시마(廣島)를 방문한다.

2차대전 말기인 1945년 8월 6일 미국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지 71년 만에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히로시마를 찾는다.

미에(三重)현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찾은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G7 일정을 마친 뒤 히로시마로 이동, 원폭 투하지점 근처에 조성된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을 방문한다. 공원 내 모든 일정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동행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한 뒤 수 분간 자신의 감상을 담은 연설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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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미국 대통령[AFP.연합뉴스.자료사진]
전쟁의 참상을 상기하고, 2009년 프라하에서 천명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재차 호소하는 내용이 될 전망이다. 다만 원폭 투하에 대한 사죄는 하지 않는다고 오바마 대통령이 최근 NHK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밝혔다.

아베 총리도 적국에서 동맹으로 바뀐 미일관계의 극적인 변화를 강조하는 연설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는 일본인 피폭자와 일본군 포로 출신 미국인이 자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오바마는 원폭의 참상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된 원폭 자료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원폭돔 등을 둘러볼 가능성이 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에 헌화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세계에서 핵무기를 유일하게 사용한 최강대국 정상이 피폭지를 찾아가 핵무기의 참상을 접하고, 반전·반핵 메시지를 낸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핵무기 반대 노력에 한 획을 그을 전망이다.

더불어 중국의 대두와 아베 정권의 집단 자위권 용인을 계기로 더욱 강해진 미일동맹의 견고함을 전 세계에 과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차대전을 일으킴으로써 수천만명의 아시아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일본의 가해 사실은 화려한 외교 이벤트 속에 가려지고 일본의 원폭 피해에 포커스가 맞춰짐으로써 일본에 상징적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미군의 원폭 투하로 1945년말까지 히로시마 주민 약 35만명 중 약 1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희생자 중에는 당시 일본 식민지였던 조선 출신자도 약 2만 명 포함된 것으로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은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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