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엔 마음 속으로 꿈꾸는 정원이 있죠. 수묵 대신에 온통 푸른 색으로 가득한 작품 속의 정원은 내가 그리는 작은 우주로, 푸르디 푸르게 살고 싶은 세상을 그려본 것이랍니다."

1988년 첫 개인전을 시작해 총 55회의 개인전을 열 정도로 열정적인 창작열을 과시하고 있는 경인교대 김선형(53) 교수가 표현하고 있는 ‘푸른 빛이 너울거리는 정원’은 무한한 자유가 숨 쉬는 이상향인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를 뜻한다.

"여기서 청색의 의미는 아침이 시작될 때의, 또는 어둠과 밤 사이에 있는 색인 푸르름으로, 청빈·고요·평화 등으로 상징되는 한국문화를 가장 잘 나타난 색 아닌가요"

김 교수의 작품은 2008년을 기점으로 질료의 두드러진 효과와 함께 이전과 다른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 많다.

"농익은, 빛바랜, 유구한 세월이나 시간성을 표현한 게 이전 작품들이라면 전체적으로 블루의 단색으로 통일된 작품들이 최근 많아요. 그래서 ‘동양화가 맞냐’는 말을 많이 듣긴 해요"

홍익대 동양화과 동 대학원을 졸업한 동양화가인 그의 작품들은 현대와 전통 사이에서 현재적 정체성의 의미를 모색하는, 청색 추상화에 가깝다. 동양화과를 지원한 이유를 묻자 "‘그림에 정신을 담아야 한다면 당연히 동양화가를 선택해야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그림을 시작했다"고 대답했다.

그의 이런 작가 정신과 사명감은 지난해까지 맡았던 경인교대 평생교육원장으로 있었을 때의 일화에서도 볼 수 있다. 교수로서 한국화반을 맡아 키워낸 한 수강생이 지금은 작가로서 개인전도 열고 직접 강의에도 나서는 예술가로서의 성장을 보면 보람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재학생뿐만 아니라 그들이 졸업한 이후 시기는 물론 일반인의 평생 교육까지 맡아야 하는 게 대학의 사명이라고 보기 때문이죠"

초등교사를 꿈꾸는 교대의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3가지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교대생들이 예술가로 나서는 경우는 드물지만 예술적으로 살 수는 있잖아요. 예술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해달라는 주문과 함께 부임 받은 학교에 가면 꼭 나무를 심으라고 얘기하곤 하죠. 학생과 학교에 애정을 듬뿍 쏟으라는 말이에요. 결국 제자들이 참스승으로 기억 남는 선생님들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의 부탁이에요"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