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악기를 통해 삶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뜻으로 아보비태(Arbor Vitae), 즉 생명나무로 오케스트라 이름을 정했어요. 클래식이라는 고전음악을 계승하는 클래식 연주자들이지만 세상과 새롭게 소통하기 위해 매해 한 작품씩은 색다른 무대를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게 목표입니다."

12일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장난감 상자’란 제목으로 음악회를 연 아보비태 챔버 오케스트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첼리스트 민경욱(40)의 말이다.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젊은 음악가들을 주축으로 2013년 설립된 전문연주 단체로, 아직은 실력에 비해 유명세를 덜 타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다.

인천 주안초·선인중, 서울 선화예고, 미국 인디애나 음대를 졸업한 그는 지난해 귀국해 현재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예술영재교육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피아니스트 이은지 역시 인디애나 음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올해 미국 ‘쥬로 국제 하프시코드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한 실력파 음악인이다. 그의 아내이기도 한 이은지는 줄리어드 음대 전액 장학생으로 뽑혀 오케스트라 활동을 접고 다시 공부를 시작할 계획이다.

"국내외 유수 대학을 졸업한 젊은 음악가들로 구성돼 실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자부심이 가득해요. 2013년 ‘일러스트로 듣는 드뷔시’, 2015년 ‘첼리스트 홍성은 초청 All Time Classic’ 등에 이어 앞으로 더 많은 연주활동을 통해 인천의 청중들을 더 많이 찾아봬야겠죠."

‘2013년 일러스트로 듣는 드뷔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상처 입은 피에로가 동경 대상인 달을 잡으려고 하다 호수에 빠지나, 이를 보고 있던 달이 그를 건져 하늘의 별이 된다는 줄거리예요. 누구나 갖고 있는 상처(Scar)를 극복하면 별(Star)로 성장·승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죠."

그들이 이번에 드뷔시의 작품들을 음악과 그림, 내레이션(설명)으로 재구성한 ‘스토리 클래식, 드뷔시의 장난감 상자’ 역시 클래식의 영역을 넘어 음악과 예술을 결합한 보기 드문 음악회로 알려져 있다.

"실내악 버전으로 준비한 음악과 상황을 묘사한 100여 장의 일러스트, 음악의 이해를 돕는 설명이 함께 있는 색다른 음악회랍니다. 밤에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장난감 상자 속 인형들이 살아나고, 장난감들이 어려움을 이겨내 사랑을 이루는 내용이죠. 동심에 눈높이를 맞추고 다채로운 색채의 음악으로 구성했더니 인기가 좋았어요."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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