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1시간 이내로 제작되는 독립영화이지만 사람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전하는 이야기꾼으로 남기 위해 끝까지 메가폰을 놓지 않을 거예요. 또 가장으로서 충실하기 위해 가능하다면 정년퇴직할 때까지 본업인 은행원으로 남고 싶어요."

평범한 은행원이 프로레슬링을 배우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 ‘반칙왕(2000)’에 나오는 주인공 임대호(송강호 분)처럼 이정주(43·사진)영화감독은 드라마틱한 삶을 살고 있다.

지역을 떠나 본 적 없는 인천 토박이로 19살 때부터 은행원으로 일해 온 그는 사실 업계에서 알아주는 영화감독이다.

지역 영화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8일 ‘영화공간 주안’에서 열린 인천독립영화협회 상영회에 그의 작품 ‘기억에 묻다’ 등 다섯 편의 작품들이 초청돼 상영됐다. 작품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주인공을 여전히 챙겨 주던 첫사랑이 우연한 사고로 죽자 벌어지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어요. 이 시대에 찾기 어려운 때 묻지 않은 우정과 가슴 벅차오르는 첫사랑을 그려 보고 싶었죠."

비록 20분가량의 독립영화지만 크랭크업(촬영 종료)을 외칠 때까지는 고민으로 머리가 복잡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용돈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영화 제작을 끝낼 수 있을지, 영화가 제대로 제작됐는지 등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죠."

그의 이런 노력은 ‘거울을 보다(2009)’, ‘B구역(2010)’, ‘사랑에 관한 충고(2012)’, ‘가져가(2013)’, ‘플라스틱(2014)’, ‘기억에 묻다(2015)’ 등 매년 한 작품 제작이라는 결실과 함께 주안유스필름페스티벌 특별작품상 등의 수상으로 이어졌고, 이제는 알아주는 열정 감독으로 통한다.

이 감독은 한국 상업영화의 호황 속에 가려진 독립영화계의 현실도 전했다.

"개인이나 동호인에 의해 후원과 제작이 행해지는 독립영화들의 경우 매번 제작비가 문제죠.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라는 영화 제목처럼 출연한 배우들에게도 작품을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는 영화 ‘반칙왕’의 주인공처럼 직장과 아내, 자녀들한테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강조했다.

"지금은 유명해진 감독들이 만든 초기 작품들을 시간 날 때마다 많이 본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지켜보는 관객들이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매력적이고 감동적인 영화를 꼭 만들어 내겠다는 게 영화감독으로서의 각오에요."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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