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Mecenat)’, 기업의 문화 후원을 일컫는 말이다. 1966년 미국에서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의 하나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예술후원회를 발족하면서 ‘메세나’ 운동이 시작됐다. 1994년 출범한 한국메세나협회는 2016년 3월 현재 235개 기업이 회원사로 있다. 2014년 1천770억 원 규모의 메세나 활동이 있었다. 인천에서는 2005년 인천메세나협의회 준비모임이 있었으나, 이후 어떤 활동이 있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지역의 한 공연단체가 5월 인천문화재단과 함께 한국예술위원회의 공모에 선정돼 한국메세나협회에서 공연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공연단체가 기업의 후원을 유치하면 그에 상응하는 자금을 메세나협회에서 지원하는 방식인데, 기업의 후원을 유치하지 못하면 자금 지원은 없다.

자생력이 부족한 지역의 공연단체로선 한 푼이 아쉬운 터라 인적 네트워크를 풀가동해 봤다. 그렇게 한 달여간 후원기업을 찾았다. 새삼 높고 큰 벽을 마주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지원 조건의 제약사항에 따라 그나마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을 후원 유치 대상에서 제외해 놓고 보니 후원기업을 물색하는 일부터 어려웠다. 후원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찾더라도 접촉 포인트를 찾지 못했다. 그나마 문화예술 지원활동에 긍정적인 기업은 정해진 예산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중소기업의 뻔한 주머니 사정에 후원할 수 있겠느냐는 게 주변의 반응이었다. 기존 후원자들은 개인이 대부분이거니와 ‘화수분’은 아니다. 인천문화재단 역시 임원진들의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한다고 하니 조직력이 약한 민간단체로선 여력이 없는 게 당연한 듯싶다.

인천이 전국 지역별 문화 실태조사에서 상위권에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해 여전히 ‘문화 불모지’란 오명을 벗지 못했다는 29일자 기호일보 보도가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229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상위권 명단에 인천지역은 없었다는 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매년 발행하는 문예연감에서도 이런 인천의 면면은 수치로 잘 나타난다. 서울(600점)을 기준으로 한 지역별 예술활동지수에서 인천은 36.9점에 불과했다. 서울 집중 현상은 차치하고서라도 인천은 경기도(149.2점), 부산(106.4점), 대구(63.7점), 경남(60.4점), 전북(52.7점) 등에 한참 뒤진다. 50점 이하 자치단체가 절반 이상이라고 위안 삼을 일이 아니다.

메세나 활동이 없어 인천이 ‘문화 불모지’라는 말은 아니다. 그래도 인천의 문화예술단체들이 ‘비빌 수 있는 언덕’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인천시가 ‘문화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니 희망을 가져보지만 그 전에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들이 고사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주희 시민기자 juhee37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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