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녀 심청 무용가’를 널리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만나 본 최경희 춤새향무용단장은 딱 그 별명이 들어맞는 예술인이다.

인화여고·한양대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27살의 나이로 무용학원과 무용단을 시작해 지역에 춤사위를 선사하기 위해 20년 넘게 모든 열정을 다 바쳤다. 그렇다 보니 무용과 결혼한 셈이다. 현재 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는 효녀로 오롯이 무용가로 살겠다는 열정은 그대로였다. "한국무용의 대가로 인천에서 활동 중인 발림무용단 김묘선 대표님과 인천대 이은주 교수님 등에 비하면 아직 한참 멀었죠. 온 힘을 다해 후학 양성과 공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아요."

사실 무용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 유별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 질문을 던져 봤다.

"1년 365일 중 설과 추석을 뺀 363일 아이들을 가르쳤다면 믿으시겠어요? 귀향 가는 부모로 인해 챙겨야 할 제자가 생기면 집에서 밥해 주고 재웠죠. 노력 없이 무용계에서 성공할 수 없거든요. 그때 배운 제자들이 쑥쑥 크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 것이 나름 보람이에요." 하지만 최 단장은 인천시 갈산·당하동에서 채린무용학원을 16년 동안 운영하다가 2009년에 접고야 만다.

"무용학원이 IMF 때 휘청거린 뒤 우후죽순 생겨나는 바람에 운영하기가 쉽지 않아졌죠. 그래서 우연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한 게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무용교육이에요." 지금도 인천중구문화원과 수봉문화회관에서 한국무용을 전수하고 있는 베테랑 강사이지만 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비록 전문적으로 무용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주부들이지만 전문가도 쉽지 않은 감성과 느낌을 몸으로 표현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뒤늦게 무용 등 자기 꿈을 이뤄 가는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를 대신해 한 가지 바람도 전했다. "인천에서 무용을 배우는 시민들이 대략 1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들이 실력을 갈고 닦아 무대에 나가 공연하는 아름다운 인생길을 걸어가려면 담당 공무원과 지자체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답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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