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도 산하기관 통폐합 작업이 역대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다. 용역비만 5억5천만 원 소요된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구조조정안’이 비전문가 그룹인 도의원들에 의해 찢기고 붙여지기를 거듭하며 본래의 취지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효율성과 합리성에 중점을 두고 추진돼야 할 행정 절차가 정치적 행위에 의해 변질된 것 같아 걱정스럽기만 하다. 설상가상 4개월 만에 재개된 지난 21일 논의에서는 통폐합 대상에 대한 이견까지 나오는 등 그야말로 답답한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심각한 문제는 민선 6기 들어 우후죽순으로 신설되는 각종 기관에서 찾아야 될 듯싶다. 남경필 지사의 공약으로 탄생한 따복공동체지원센터, 일자리재단, 스타트업 캠퍼스, G-MOOC 추진단, 에너지비전센터 그리고 향후 예정된 글로벌재단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렇게 새로 설립된 5개 기관에 올해에만 총 269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고 한다. 도지사가 바뀌면 바로 없어지거나 다른 곳으로 통폐합될 운명의 센터와 재단이 대책 없이 세워지고 새롭게 인력을 채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지자체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출자·출연기관을 설립해왔다. 지역 내 경제·문화·의료 사업을 수행한다며 조례를 통해서 각종 법인과 재단을 만든다. 행자부에 따르면 이런 기관들이 올해 1월 말 기준 총 618곳에 육박한다. 명분이야 행정 효율, 시민 편의를 위한 조치라고 하나 허울 좋은 변명일 뿐 대부분 선거캠프용 인사를 위해 만든 자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산하기관 통폐합은 몇 가지 대원칙을 갖고 추진했으면 한다. 예컨대 여야 구분없이 지속해야 할 지역사업이 선정되면 이를 수행할 산하기관만 존치시키고 나머지는 없애는 것이다.

혹시 도지사 공약 등 새롭게 대두되는 역할이 필요하다면 기존 기관에 덧붙이는 방식으로 조정하고, 그래도 굳이 신설해야 한다면 도지사 임기 중 만료되도록 한시적 TF 조직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최소한 이 정도의 안전장치는 마련해야 그나마 통폐합 작업이 헛발질로 끝나지 않을 듯싶다. 줄이면 뭐하나. 하나 뚝딱 다시 만들면 되는데….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