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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푸드 영농조합법인’ 윤명옥·지성기 대표이사 부부가 안성시 금광면 ‘복거마을’에서 벽화를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다.
마을의 뒷산 모양이 ‘엎드린 호랑이’와 같다고 해 붙여진 안성시 금광면의 ‘복거마을’.

 이 마을에는 금광면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관련 제품 생산에 나서 해당 지역 농산물 판로 확보 및 소득 증대에 효자 노릇을 하는 마을기업이 있다. 100% 국내산 재료와 무방부제를 원칙으로 농산물 가공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는 ‘두레푸드 영농조합법인(이하 두레푸드)’이 그 주인공이다.

 30여 명의 조합원과 의기투합해 2013년 마을기업으로 처음 문을 연 두레푸드는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노력하고 연구한 결과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성장 곡선을 그려 가고 있다.

지성기·윤명옥 대표이사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두레푸드는 마을 주민들이 책임지고 재배한 농산물을 원료로 콩물과 두부, 참기름, 들기름, 떡 등의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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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영농조합 생산품 들기름, 콩물.
지성기 대표는 "우리는 국산이라도 안성 관내 이외의 농산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원재료 확보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며 "수매한 원재료가 소진됐을 때는 관련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 두레푸드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부부가 처음부터 농산물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일을 ‘업(業)’으로 삼아 왔던 것은 아니다. 납품업에 종사하며 이른바 ‘도시 사람’이었던 이들은 16년 전 복거마을에 정착했다.

착실하게 마을 일을 도와 온 지 대표에 신뢰를 갖게 된 복거마을 주민들은 그에게 이장직을 맡아 달라고 주문했다. 마을에 살던 원주민도 아니고, 농사를 짓지도 않았던 지 대표에게는 다소 곤혹스러운 요청이었다.

지 대표는 "시내에 살다가 사업을 정리하고 복거마을에 쉬러 왔다. 10년쯤 살다 보니 이장을 맡아 달란 요청이 들어왔고,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성의를 거절할 수 없어 맡게 됐다"며 "이장직을 수락하면서 책임감을 느꼈고, 동네에 활기를 줄 수 있는 소득사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고민 끝에 ‘호랑이 방앗간’이라는 방앗간 운영부터 시작한 것이 두레푸드의 시작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방앗간을 통한 큰 소득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농산물이 수확되는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방앗간을 찾는 사람들로 인해 활발한 가동이 가능하지만, 이 외 비수기에는 수입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비수기 수입을 메우기 위한 고민 끝에 지 대표가 내린 결론이 바로 농산물을 이용한 유통업이다. 그렇게 2013년 마을기업에 선정되면서 제2의 출발을 하게 된 두레푸드는 두부와 콩물, 들기름, 참기름, 두부 등을 생산해 안성 로컬푸드 마켓, 안성 새벽시장, 공도 주말시장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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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기 대표가 호랑이 방앗간에서 안성 쌀로 만든 떡가래를 정리하고 있다.
2년 전 인터넷 판매까지 시작하면서 고정 소비층은 더 늘어나 축적된 고객 데이터만도 2만5천여 명에 달한다. 설립 초기 7천만 원이었던 매출도 2014년 1억4천만 원, 2015년 2억4천만 원으로 상승 중이다. 올해는 4억 원 달성이 목표다.

이러한 두레푸드의 성장에는 경기도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두레푸드 운영 초기 재료를 수매하기 위한 운영자금이 절실했는데, 도가 지원하는 농업발전기금이 적기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지 대표는 "농사철이 돼 수확을 하게 되면 농산물 수매에 목돈이 들어가는데, 이 운영자금이 굉장히 절실했다"며 "안성시에 문의했더니 경기도 농업발전기금을 안내해 줬고, 1%라는 저금리로 융자 지원을 받아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지금 두레푸드 제품들은 어느 하나 빠짐 없이 ‘인기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모든 재료가 금광면 농민들과 인근 마을 주민들의 농작물을 사용한 것이어서 안전한 먹거리로 소비자들의 호응도 높다.

지 대표는 "콩물은 콩의 모든 영양분이 손실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올킬 상품’에 오르기도 했다"며 "흰 떡의 경우 수매한 쌀을 일주일 단위로 도정하고 있어 햅쌀 같은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제품에는 중독성이 있다고들 한다"고 자부했다.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로 어려워지는 농촌 생활 속에서도 직접 농산물 가공제품을 생산해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는 두레푸드는 이제 진정한 ‘로컬푸드 문화창출 기업’으로 평가되기에 손색이 없다. 작지만 4명의 직원을 채용해 어엿한 ‘고용 창출’까지 일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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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성기 대표가 밀봉 포장 두부를 정리하고 있다.
지 대표는 "농민들이 땀 흘려 재배한 농산물에 대해 작지만 판로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며 "대량으로 짓지 않고 제 먹을 만큼 짓다 남은 농산물도 노인들에게는 판매가 어렵다. 그것을 두레푸드에서는 이익으로 돌려주고 있어 마을에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레푸드는 판로 확대를 위해 올해는 마케팅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동안 모인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 DM 발송으로 두레푸드의 다양한 제품군을 알리는 한편, 정식 카탈로그도 만들 예정이다.

대형 마트 진출에 대한 희망도 품고 있다.

지 대표는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영역을 확장해 가려 하고 있다"며 "두레푸드를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기회는 준비되지 않으면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기회가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철저한 준비 속에 두레푸드를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궁진 기자 why0524@kihoilbo.co.kr
 사진=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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