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 서재
박현모 등 12인/서해문집/344쪽/1만7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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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대학교 세종시대문헌연구팀이 고서 심층 해제를 진행한 결과를 ‘세종 시대에 만들어진 책’과 ‘세종에게 영향을 준 책’으로 나눠 소개하고 있는 신간이다. 각각 8권과 4권이 소개되는데, 각 문헌 전문가들은 세종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그리고 세종이 책을 어떻게 만들어 냈는지를 파헤쳐 책의 해제와 함께 설명한다.

해제(解題)란 책의 저자·내용·구성·출판 연월일 등에 대한 설명으로 여주대 박현모 세종리더십연구소장,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헌관리학전공 옥영정 교수 등이 집필에 참여했다.

이들 전문가는 국가 경영의 비결을 ‘책을 통한 지식경영’에서 찾았던 임금으로 세종을 평한다.

‘임금의 직책은 하늘을 대신해 만물을 다스리는 것’이라고 믿었던 세종은 하늘(자연)의 질서를 면밀히 관찰하되, 거기서 발견한 지식과 정보를 나라 다스리는 데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책을 보는 중에 그로 말미암아 생각이 떠올라 나랏일에 시행한 것이 많았다"고 적힌 「세종실록」의 내용을 그 증거로 삼았다.

하지만 책은 세종에게 용도(用度) 이상의 것이었다는 분석도 내놨다. 어린 세종이 밥을 먹을 때도 잠자리에 들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는 까닭은 책을 즐기기도 했지만, 책은 살벌한 정치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였다는 설명이다.

1부 세종시대가 만든 책(세종 시대에 만들어진 책)에서 제일 먼저 「훈민정음(해례본)」이 나온다. 임금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내보인 책이라는 평가와 함께 백성이라면 누구나 쉽게 배우고 쓸 수 있게 하기 위해 자연의 원리와 형상을 본떠 만들어 철학적 사고의 힘을 보여 주는 사례로 꼽는다.

또 세종이 왕조의 건국과 치세의 공덕을 드러내고자 한 「세종실록악보」는 음의 높이와 길이, 선율악기와 타악기, 선율과 가사의 관계를 명확하게 표현해 우리나라 음악계 기록의 혁명적 전환점을 마련한 성과물로 분석했다.

임금 세종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은 뭘까? 저자들의 말에 따르면 세종이 백 번, 천 번 읽었다고 표현할 만큼 애독한 책인 「구소수간」이다. 구양수와 소식(소동파)의 서찰을 모은 책으로, 두 사람의 자유분방한 사고 양식, 농후한 서정성, 빼어난 문예미에 푹 빠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해외 이주 낯선 세계로 떠난 길 
연창호/사계절/140쪽/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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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일하다 검단선사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긴 연창호 학예사가 우리나라 해외 이주의 역사를 쉽게 풀어쓴 책이다.

 첫 공식 이주인 1903년 하와이 이민부터 시작해 현재 175개 나라에 7천만의 해외 동포가 살고 있는 재외동포 대국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다.

 미국 하와이, 중국, 카자흐스탄, 독일, 멕시코 등 각 국가로의 이주 역사와 함께 가난 때문에, 일본의 식민 지배 때문에 고국을 등지고 나설 수밖에 없었던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가 자세히 나온다.

 ‘국내 최초의 이민 장소는 하와이의 사탕수수 농장’, ‘한국인들을 속여서 데리고 간 사기 이민이었던 멕시코로의 이주’ 등 가슴 아픈 역사를 어린 학생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게 저자의 바람이다.

여자여름
김진초/미소/256쪽/1만3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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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학산문학」 편집장을 역임하고 현재 「Green 서구」 편집위원을 맡고 있는 소설가 김진초가 데뷔 20년을 기념해 내놓은 연애소설이다.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이 초가을에서 한여름처럼 볕이 따가운 날을 이르는 말인 ‘여자여름’을 책 제목으로 삼았다. 아무런 예고 없이 불타는 여름처럼 쳐들어왔다가 단풍도 들기 전에 훌쩍 사라지는 계절 이름에 빗대 세상에 존재했으나 마음속에 묻어 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자경·규호 등 주인공의 사랑(불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의 감정을 일으켜 세우는 저자의 힘이 느껴진다.

 인천에서 활동하는 작가답게 지역 명소인 ‘능허대’, ‘강화 고려산’ 등을 소설 배경으로 소개해 익숙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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