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을,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을, 현재를 보려면 시장을 보라는 말이 있다. 시장은 국가의 민낯을 볼 수 있는 장소이자, 역사와 발전 가능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하나의 지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전국은 물론 경기도내 전통시장들은 나름의 사연을 갖고 소비자들과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전통시장이 언제부턴가 날개 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 특히 도내의 경우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의 급속한 유입으로 전통시장은 심각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경기도는 물론 각 시·군까지 나서 재생(再生)의 노력을 보이고 있지만 좀처럼 답이 보이질 않는다.

 이에 본보는 다양한 시장 운영으로 침체 위기에서 벗어난 국내외 성공 사례를 살피고, 도내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편 = 생존 위기…전통시장의 현주소
 2편 = 아케이드 하나만 바꿔도 ‘북적’(해외 사례)
 3편 = 재미있는 아이템, 매출은 ‘쑥쑥’(해외 사례)
 4편 = 자생적인 리더십과 융합에 ‘든든’(국내 사례)
 5편 = 전문가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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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내 시장에서 물건을 살펴보고 있는 시민들.

# 위기의 전통시장, 무엇이 문제인가

 전통시장은 오랜 시간 동안 우리의 삶과 생활을 윤택하게 유지시켜 준 ‘유통의 뿌리’이자 ‘소통의 공간’이다. ‘전통시장’이라는 용어는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으로 법률 명칭이 변경되면서 종전의 재래시장에서 바뀐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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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미나리광시장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는 31개 시·군에 모두 208곳(2015년 7월 기준, 시장 140·상점가 26·무등록 42)의 전통시장이 형성돼 있다. 그러나 ‘상업 기반시설이 오래되고 낡아 개·보수 또는 정비가 필요하거나 유통기능이 취약해 경영 개선 및 상거래의 현대화 촉진이 필요한 장소’라고 설명되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의 전통시장은 낙후된 시설과 거대 유통망에 밀리면서 극심한 침체에 신음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의 급속한 증가다. 지난 3월 중소기업청의 ‘골목형 시장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수원 매산시장의 경우 직선 거리로 불과 280여m와 700여m 떨어진 곳에 각각 백화점과 대형 마트가 들어서 있다.

 용인 중앙시장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 반경 3㎞ 내에는 대형 유통매장 5개소가 입점해 있기 때문이다. 각 시장만의 정체성이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전통시장과 경상도·전라도 등 전국의 전통시장들이 서로 비슷한 모습을 보이며 지역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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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지동시장
고객들을 위한 쇼핑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전통시장 일대 도로는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행인들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고, 시장 내부에서도 상인들이 점포 밖까지 펼쳐 둔 각종 물건들로 인해 고객들이 지나는 통로가 좁다.

 여전히 대부분의 전통시장에서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사용이 불가능하며, 교환 및 반품도 어렵다.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과 큰 온도차를 보이는 전통시장의 현주소에 소비자들은 점차 전통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속되는 매출 감소로 시장 내에는 젊은 상인이 사라지고, 노령화된 상인들만 남아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노력

 최근 대형 마트와 편의점 등의 등장에 따라 전통시장의 기능이 약화되면서 존폐의 위기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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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원 영동시장
처하자 정부를 비롯해 경기도 및 도내 31개 시·군 지자체에서는 전통시장의 명맥을 유지시키기 위해 저마다 지역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중이다.

 경기도와 경기지방중소기업청 및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는 ▶특성화 시장 육성사업(글로벌 명품 시장 육성 지원사업,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 지원사업, 골목형 시장 육성 지원사업) ▶청년상인 육성사업(청년몰 조성사업, 청년상인 창업 지원사업) ▶시설 현대화 사업(주차환경개선 사업) ▶경기도형 전통시장 명품 점포 만들기 ▶경기도 우수 전통시장 박람회 등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글로벌 명품 시장 육성 지원사업’은 한류 체험 및 명품 거리 조성과 관광 프로그램 개발 등 외국 관광객을 위한 서비스 제공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도내 1곳(수원 남문시장)의 전통시장이 선정돼 3년간 최대 50억 원(국비 25억 원, 50%)을 지원받는다.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 지원사업’은 지역 축제와 관광자원의 연계를 통해 전통시장 내 먹거리·볼거리·즐길거리 등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용인 중앙시장과 여주 중앙로 상점가 등 도내 6개 시장이 시장당 3년 동안 최대 18억 원(국비 9억 원, 50%)을 지원받는다.

 시장별 특화 상품 개발과 커뮤니티 조성 등 ‘1시장 1특성화’ 등 시장의 특화 요소 개발을 위한 ‘골목형 시장 육성 지원사업’은 수원 매산시장과 성남 금호시장 등 도내 11개 시장이 선정돼 시장당 최대 6억 원(국비 3억 원, 50%)의 예산을 지원받으며, 전통시장 유휴 공간을 활용해 청년몰 조성·육성을 위한 기반 조성 및 공동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청년몰 조성사업’을 통해 수원 영동시장과 평택 통복시장 등 2곳이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실제 최근 200년 전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華城)의 축성과 함께 부국강병의 기초를 상업에 둔 정조가 시장경제를 살리고 이를 통해 더욱 강한 왕권을 형성하고자 조성한 팔달문시장 등 수원의 중심인 팔달구에 위치한 9개 전통시장들은 지난 3월 중소기업청의 ‘글로벌 명품 시장 육성사업’에 최종 선정되면서 ‘수원 남문시장’으로 통합돼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 여주시 중앙로 상점가와 양평군 양수리시장은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됐다.

 # 그러나… 멀고 먼 활성화의 길

 이처럼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여러 기관에서 각종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동안 진행됐던 대부분의 사업들은 현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현장과 동떨어진 내용으로 채워진 경우가 많다. 또 뚜렷한 방향성조차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거나 여러 기관에서 중복 진행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 의정부 제일시장
전통시장들은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시설 현대화’ 사업을 위주로 실시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명확한 목적과 기준 없이 ‘아케이드 설치 사업’과 ‘간판 정비 사업’ 등 ‘현대화’를 위시한 무계획성 사업만 남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의 전통시장을 찾은 주민과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그 지역만이 지니고 있는 특색과 문화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장 상인들에게도 마땅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전통시장에 입점해 있는 상인들의 대다수가 건물주가 아닌 점도 문제로 꼽힌다. 건물주들은 실제 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지 않은 채 매달 상인들에게서 세만 받고 있다 보니 활성화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협조를 하지 않거나 활성화 사업이 성공한 후 상권이 살아나면 일방적으로 세를 올려 받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도내 한 시장 상인은 "명확한 수치는 확인할 수 없지만 상인의 거의 전부가 세입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물주의 횡포를 견디지 못해 폐업하는 점포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 이 지면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박노훈 기자 nhp@kihoilbo.co.kr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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