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얘기이지만 손에서 책을 놓은 지가 수년째다.

 학창시절에는 전공 특성상 책을 많이 읽을 수밖에 없었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을 보면 질투심이 생겼기 때문에 쉴 새 없이 책을 읽었다. 주로 문학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간접체험의 즐거움이 무엇보다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도 부족하게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갈증으로 인해 잠자는 시간이 아까워 하루에 한두 시간 자고 닥치는 대로 책을 잡을 때면 한달에 20∼30권씩은 거뜬히 읽었다. 세상의 진리를 책으로 깨우칠 수 있다고 철없이 믿었던 것 같다.

 진짜 읽고 싶었지만 시중에서 절판돼 구할 수 없었던 책을 어렵사리 구해 손에 넣었을 때는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직장인이 된 뒤부턴 책을 읽는 양상이 달라졌다. 신입시절에는 주중에 늦은 퇴근으로 인해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업무로 인한 피로누적을 해소한다는 이유로 책을 놓았다. 경력이 쌓인 후에는 매년 30∼40권가량 꾸준히 구입했다. 한동안 책을 읽지 못 했다는 죄책감과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책을 샀다. 물론 절반도 채 읽지 못 했다.

 이러한 행동들이 몇 년째 반복되면서 언젠가부턴 차츰 책 사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굳이 사도 읽지 않고 책상에서 먼지와 함께 쌓일텐데 이걸 왜 사야 하나’라는 의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종종 책을 사보긴 했다.

 시기적으로 관심이 생긴 분야의 서적이나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타의 모범이 되는 인물의 삶을 통해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평전집을 샀다. 이마저도 요샌 읽지 않는데 최근 여름휴가에서 이를 반성하게 된 계기가 찾아왔다. 휴가차 놀러간 여행지에서 독서의 즐거움에 빠진 사람을 만났던 것이다.

 그의 표정을 보면서 그동안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책 읽기의 재미를 놓쳤던 게 아닌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 여름, 휴가는 끝났지만 책은 잡아보자.   <박종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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