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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 연구소장/역사소설가>
한중관계가 껄끄럽다. 사드 배치 결정에 반발하는 중국의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사실 중국이 세계적 대국답지 않게 보복하는 일이 꽤 많았다.

2000년 우리가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에 따라 저가 중국산 마늘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발동했을 때 우리의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금지로 보복해온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마늘 값은 1천만 달러가 안됐는데 우리 휴대폰은 5억 달러가 넘었으니 꼼짝없이 우리가 두 손들 수밖에 없었다.

그 다음 일본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중국산 대파·표고버섯 등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자 일본산 자동차 휴대폰 등에 1백% 특별관세 부여로 맞불을 놓았고 일본 역시 우리처럼 두 손을 들었다.

이후 중국은 무역외에 영토분쟁이나 인권문제(달라이라마 초청국)에 이르기까지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김없이 보복을 단행하는 일을 거듭했다.

2008년 파리에서 베이징올림픽 성화가 기습 시위를 받아 3차례 꺼진데 대해서는 프랑스계 대형유통업체 까르푸 불매운동까지 전개하였고 노벨평화상에 대해서도 트집 잡았다.

그런 체질 때문일까? 요즘 중국 온라인에 ‘우리가 왜 미국·한국·일본·필리핀에 여행을 가고 그들의 물건을 사줘서 경제적 이득을 제공해야 하는가’라는 감정적 주장이 나오고,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와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는 "중국에서 아이폰7이 출시 당일에 완전 매진된다면 미극의 체면의 도와주는 일이려니와 미국은 물론 한국·일본·필리핀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남중국해를 공격한 적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애국시(詩)도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더하여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시의 KFC점포 앞에서 불매 시위가 벌어졌고, 10여개 도시에서는 행동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이런 중국인들의 태도에 대해 관영언론들이 진화에 나서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불매시위를 향해 ‘어리석은 애국’이라 비판하면서 "애국은 감정일 뿐만 아니라 능력이며 능력은 이성적이고 합법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신화통신 역시 "아이폰을 부수고 KFC에서 음식을 사먹지 않는 것은 올바른 애국이 아니다"면서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여 중국이 과연 달라지고 있는가 하는 기대감까지 들게 했다.

사실 오늘날의 국제무역은 과거의 조공무역이 아니려니와 거래 상대국 모두에 이익이 가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보복’이니 하는 건 시대착오적이자 양국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에서 중국의 변화는 기대 이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에 대한 강경 기조는 급기야 박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비난했고 들려오는 소식은 강경한 보복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이 여러모로 압력을 가하거나 국내의 반대여론을 부추겨 사드 배치를 중단시키려는 건 예측가능한 일이었고, 경제 외에도 문화교류 등에서 한국을 아프게 할 다양한 카드로 대응하리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되는 바였다.

분명 중국은 사드 배치 반대의 주장을 넘어 우리를 압박할 방법을 많이 찾아낼 것이고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다. 아마 단계별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보복하게 될 것으로 보면 된다. 요는 중국도 우리가 완전히 등을 돌리고 미·일 동맹 체제에 흡수되는 상황은 바라지 않을 것이고, 한국의 사드 반대론자들 역시 중국과 결별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사실이다.

왕이 외교부장은 유능한 외교관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번 라오스에서의 비외교적 언사 전에 ‘한국 친구들(朋友們)’이라는 표현을 즐겨 했었다. 붕우유신(朋友有信) 이라고도 했다. 그렇다. 친구 사이에는 무엇보다 믿음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4조원이 넘는 분담금을 내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도 맺었고, 황해를 사이에 둔 일의대수 관계를 한층 더 긴밀히 하고 있지 않은가.

중국도 그렇다. 대중화의 부활, 중국의 꿈을 실현하려면 먼저 이웃인 우리로부터 칭송받고 존경받을 때 가능하다는 걸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통상 보복이다 관광·문화교류를 기피하면서 중국의 매래를 향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임이 분명하다.

중국을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한국의 많은 친구들에게 보복보다는 ‘성숙한 국민의식’을 보여주길 간곡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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