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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정우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겸임교수
8월 중순, 이제 중·고등학교들은 하계방학을 마치고 모두 개학을 했다. 사상 최고의 불볕 여름이지만 수능시험 100일도 남지 않은 엄중한 시기다. 얼마 전 필자의 귀를 의심하는 교육 관련 놀라운 뉴스를 접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야간자율학습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뉴스를 본 시민과 학부모들은 찬·반 양론으로 온라인상 댓글이 넘쳐났다. 폐지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학생들에게 진로탐색 기회를 주고, 입시와 성과 위주의 획일적 교육에서 학생에게 자유를 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경쟁적 교육이 만들어 낸 ‘야자’를 폐지하고, 학생들이 그 시간에 미래 설계와 진로 탐색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라고 한다.

반면, 반대하는 측에서는 사교육비 증가를 조장한다며 "학생들에게 자율학습시간을 입시가 아닌 진로탐색 시간으로 할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등학생이 방과 후 특별히 하는 일이 없으면 학부모 입장에서 불안과 초조는 당연하고 사교육에 의지하려는 생각은 누구나 가능하다고 한다. 양측의 말엔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생각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짚어보자. 자율학습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 ‘학습자가 스스로 학습의 필요를 느끼고 문제를 발견하며 계획을 세워 실행하는 주도적 학습’이다. 또한 ‘타율적인 학습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자주적이며, 자발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학습’이다. 그렇다면 사전적 의미와 같이 일선학교에서 학생들 스스로 계획하고 자발적인 학습으로 실시했던가? 혹은 자주적인 방법으로 학생이 자율적인 학습 형태를 갖췄나? 대답은 그렇지 않다. 교사의 집중적인 감시로 정규 수업시간과 다름없는 통제하에 학생들은 피곤을 눌러가며 시간을 보낸다. 물론 교사도 마찬가지다. 가정과 학무를 병행하는 여성교사들은 더욱 고통스럽다. 이렇듯 학생이나 교사나 야간 자율학습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일선 학교는 성과위주, 대입위주, 성적위주, 서열위주의 목표에 따라 자율학습을 변형적으로 시행한 결과를 우리는 알고 있다.

핵심은 야간자율학습의 근본적인 문제는 일방적인 집단성에 있었다. 모든 학생을 방과 후 자율학습이라는 명목으로 자율성과 자발성을 박탈하는 변형된 정책시행이 결과를 만든 것이다. 야간자율학습은 학생에게 선택권과 자율권을 보장하면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아주 좋은 정책이다. 공부하고 싶은 학생에게는 시간과 장소를 제공하고, 식사를 못하는 학생에게 급식을 통해 기본적인 복지를 제공하는 유용한 정책이다. 좋은 정책을 강제적이며, 획일적인 집행을 통해 학생과 교사를 힘들게 했는지를 우선적으로 판단해야 했음에도 또다시 일괄적인 자율학습 폐지라는 카드로 정치적 주목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폐지가 정답은 아니다.

획일적인 교육정책은 이제 그만하자. 만들어진 좋은 정책을 학생들에게 진정성 있는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 자율적으로 참여토록 하며 학생에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남아서 공부하기 싫은 학생을 강제로 잡지 않듯이, 남아서 공부하겠다는 학생을 강제로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 형편상 사교육이 어려운 학생을 밖으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 또한 학생에게 가장 안전한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장려하고 교내 동아리를 적극 지원해 풍성한 활동자리를 마련해주자. 늦게까지 열려있는 도서관을 이용하게 해주고, 공부할 아이들을 공부하게 도와주는 학교 말이다. ‘학생이 주인되는 학교 말이다’

 경기도교육감은 지역 학교장들과 대화에서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말자는 것은 자는 아이를 깨워 함께 가자는 것이고, 문제 있는 아이는 야단치지 말고 인내와 사랑으로 대하자는 것"이라며 학생들 사랑에 무한함을 밝혔다. 그렇다면 획일적인 폐지 주장보다 앞서 말한 정상적인 자율학습으로 조정이 우선이다. 하고 싶은 학생과 해야 하는 학생, 하기 싫은 학생, 다른 것을 하고 싶어하는 학생 등, 학생과 학부모의 자율권을 침해하지 않기를 부탁한다. 이제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말한다. "획일적인 교육정책은 산업화 시기에 맞다. 창의적인 미래를 위해 정치적 감수성은 자제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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