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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제 불은초등학교장
교육의 목적과 구현하고자 하는 인간상을 지식이 많은 사람,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 좋은 직장을 다닌 사람이라고 대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우리 교육이념이 홍익인간이고, 교육의 목적이 바람직한 인간 형성이라면,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타인과 나누고 배려할 줄 아는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 돼야 마땅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정과 학교, 사회가 교육을 통해 얻기를 기대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시험과목 중심의 많은 지식을 획득해 높은 시험 성적을 얻고, 그를 바탕으로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이며, 졸업 후에는 안정적이고 연봉이 높은 직장에 취업하는 수단이 교육의 현실적 책무인 것이다.

 따라서 사교육은 물론 공교육까지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법과 속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경쟁은 필수이며, 승리만이 미덕이 되어버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무한경쟁으로 내몰린 학생들과 승리에 목마른 학부모들은 그 해법을 사교육과 선행학습에서 찾게 되고, 조급증과 강박증의 포로가 돼 버리고 만다. 교육이 바람직한 인간 형성이나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기는커녕, 교육이 영혼 없는 인간을 양성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교육을 받을수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승리를 쟁취하고 목적 달성에만 능한 영혼 없는 인간이 되어가는 것은 아닐까? 영혼 없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리고 영향력이 큰 위치에 있을수록, 그 조직이나 사회는 갈등과 투쟁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로 인한 희생과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삶의 질은 떨어지며 행복지수는 낮아지게 마련이다.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인디언 추장이 있었다. 딸이 어느 정도 자란 어느 날, 추장이 말했다. "오늘은 아빠와 함께 저 멀리 강에 가보자." 추장은 딸과 함께 말을 타고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추장은 한참을 달리다가 잠시 말에서 내려 쉬고, 다시 또 말을 타고 달리다가 내려서 쉬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딸은 처음에는 말을 쉬게 하려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말이 숨이 가빠서 씩씩거리지도 않았고 지친 기색도 없었기 때문이다. 딸은 추장에게 물었다.

 "아빠, 말이 지친 것 같지 않은데 왜 조금 가다 멈추고, 또 내려서는 왔던 곳을 되돌아보시는 거예요?"

 추장은 딸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잠시 바라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말이지, 우리 영혼이 우리에게서 멀어지지 않도록 기다리는 거란다. 영혼은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몸을 바쁘게 움직이면 머물 곳을 몰라 방황하다가, 잠시 몸이 쉴 때 마음으로 들어와 제자리에 앉곤 한단다."

 우리 사회 고위층의 비리와 사회지도층의 부도덕한 행실들이 끊임없이 터지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실망과 상실감은 이제 국가 발전의 동력마저 저하시킬 지경이다.

 특히 평소 누구보다 정의와 청렴을 주장하며 다른 사람들의 언행에 칼날처럼 예리한 비난을 일삼던 선출직 국회의원들이나 교육계 비리는 더욱 큰 파장을 미치게 마련이다. 그리고 비리에 연루된 인물들 대부분은 평균보다 높은 학력과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어, 국민들의 냉소와 무관심을 넘어 분노와 배신감마저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부귀나 영화의 정도가 행복의 수준이 아닌 것처럼, 인생길이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갔는지 얼마나 멀리 갔는지에 따라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주변을 둘러보며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천천히 가는 여정이 아름다운 인생일 것이다. 영혼마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이 치달려 앞서거나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삶이 성공적인 인생일 수는 없다.

 교육이 ‘바람직한 인간 형성’이나 ‘자아실현’이라는 목적 달성이나,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하려면 지식이나 경쟁으로는 영원히 불가능하다. 딸에게 가다가 멈추고 영혼이 멀어지지 않도록 기다리는 삶을 가르치는 인디언 추장의 사랑과 가르침을 깊이 음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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