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교수.jpg
▲ 하정우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겸임교수
"자신의 사랑은 구원받지 못하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비난받을 것이며 그 때문에 세상과 끝내 불화할 수밖에 없다는 걸, 슬픔은 필연적이다. 사랑을 차지하지 못한 상실감 때문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는 좌절감과 그로 인한 불화가 계속될 테니까."

 1774년 발간된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베르테르가 말한 내용이다. 소설에서 베르테르는 사랑의 실패와 좌절이 권총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를 모방해 삶이 힘든 젊은이들은 베르테르와 같은 선택이 급증하면서 일명 ‘베르테르 효과’라는 현상적 신드롬이 발생했다. 얼마 전, 자살사이트를 통한 젊은이들의 동반자살 사건이 발생했고, 최근 유명인의 자살사건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집단적으로 동반 자살하는 유형도 늘고 있다. 2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극단적인 선택과 SNS와 언론의 영향으로 ‘베르테르 효과’는 이 시대에 더욱 확산되고 있다. 2014년 기준 OECD 34개국 중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29.1명으로 평균 12명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더욱이 청소년 자살률 1위, 노인 자살률 1위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또한 무엇이 우리 사회를 ‘자살전염’과 같은 현상으로 내모는가?

 2016년 OECD 국가 사회통합 수준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사회통합지표 영역별 국가 비교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타났다. 사회통합 수준을 0부터 10까지 표준화된 점수를 매겨 비교해 보면 스위스가 7.8로 최상위를, 멕시코가 3.4로 최하위를 차지했는데, 우리나라는 OECD 평균 6.0보다 낮은 5.0으로 조사됐다. 사회통합지표를 확인하는 11개 영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된 것은 사회적 관계 영역이었다. 특히 사회적 관계영역의 하위지표는 ‘사회적지원 네트워크’인데 이 부분은 조사 국가 중 최하위였다. 사회적 관계 영역에서 ‘사회적지원 네트워크’ 질문은 "만약 당신이 곤경에 처했다면 혹은 당신이 도움받기를 원할 때 의존할 가족이나 친구가 있습니까?"이다. 이러한 질문에 긍정에 답을 못한 국민이 조사 국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최하위를 나타낸 것은 우리나라 국민 사회통합 의지를 보여주는 실태이다. ‘사실 의지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통합에 저해되는 요소는 여러 분야에 걸친 양극화, 세대갈등, 저성장, 정치적 이념, 노골화된 갑과 을, 자본만능이 만든 그늘이 사회적 격차를 심화시켰다. 조사에서 보면 세대 갈등에서 20·30대와 60대 이상이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청년 실업과 노인 빈곤이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된다. 신뢰할 수 없는 상대와 타협과 대화가 어렵듯이 극단에 있는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결과는 앞서 말한 청소년과 노인 자살률과도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자살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자살을 목격한 사람들과 사망자 주변인들은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마음속 깊이 새겨진 아픔이 그들도 ‘베르테르 효과’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살 전염으로 이어진다. 한동안 심각한 우울증과 자책감, 불안감으로 비슷한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된다. 사망사고 현장에 투입되는 경찰관, 소방관들도 트라우마센터에 고통을 호소한다. 심리치료사, 사회복지사도 마찬가지다. 제3자에게도 번지는 사회적 전염성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불안하고 우울한 현상을 탈피하려는 노력을 시도해야 한다. 시민들에게 몇 가지 제안하며 함께 노력하자. SNS를 통한 네트워크를 위해 노력하되 사회적 통합에 저해되는 악플을 삼가자. 사회적 격차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긍정적인 내용을 전달하자. 사회와 시민이 응원받는 메시지를 공유하자. 평등사회에서 소외받은 시민을 도와주자. 청년과 노인이 상생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하자. 마지막으로 ‘곤경에 처한 사람과 혹은 도움받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친구가 되어 주자’.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