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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일 안양만안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순경
필자는 가정폭력 전담경찰관이다. 최근 하루에 가정폭력 신고가 10건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 중 상당수가 부부 간 다툼이다.

 며칠 전, 결혼 이후 남편이 지속적으로 자신을 때려왔고 자녀 2명에게도 상습적인 폭력을 휘둘러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제 중학생인 자녀들이 가해자인 아버지에게 마음의 문을 닫았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피해자가 먼저 신고하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얼마 전엔 남편에게 주먹과 발로 마구 폭행을 당하다 행인의 신고로 구조된 아내가 "술을 마셔서 그렇지, 평소에는 제게 잘해줘요"라며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십 년간 폭행을 당하면서도 숙명이라고 여기는 피해자는 더욱 안타깝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보복이 두렵거나 ‘맞고 사는 삶’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신고 조차 할 수 없는 무기력 상태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심리적 위축에 그치지 않고 심한 우울증세를 보이거나 술에 의존하며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소극적 대처는 자녀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신고가 처음은 어렵지만 다음부터는 쉽다.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지만 혼자만 참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국가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점 등을 알아야 한다. 법원은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분리시킬 수 있고, 가족 구성원 간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한 상담소도 다수 개설하고 있다.

 비싼 상담료가 걱정된다면 YWCA, 여성의 전화, 1366 등을 통해 무료로 전문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누구도 ‘맞을 운명’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초기단계에서 도움의 손길을 적극 요청해 가정폭력의 연결고리를 아예 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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