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우성 ‘신화神話의 성역聖域: 백두산 천지’  <월전미술문화재단 제공>
▲ 장우성 ‘신화神話의 성역聖域: 백두산 천지’ <월전미술문화재단 제공>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 그간 한민족의 발상지로 한반도를 대표하는 백두산을 주제로 한 ‘한국 현대 백두산도展’이 오는 11월 27일까지 개최된다.

백두산은 20세기 이전에는 지도와 같은 실용성이 강한 자료에 이미지로 삽입됐던 것을 제외하면 작품으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20세기가 돼서야 백두산이 본격적인 회화의 제재로 등장, 한국 근현대기의 특수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독특한 위상을 지닌 백두산 그림을 한자리에 모아 그 특징과 의미를 살펴보려는 의도로 마련됐다.

전시 출품 작가는 장우성, 김옥진, 민경갑, 이영찬, 임송희, 하태진, 이숙자, 오용길, 정종해, 한진만, 지암 김대원, 오숙환, 창산 김대원 등 13인이다. 이들의 백두산 그림을 통해 한국 백두산 그림의 역사성과 예술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백두산은 한민족의 영산으로 인식됐던 만큼 작가들도 이를 인식하고 그림을 그렸다. 남북 분단을 아쉬워하며 혹은 한민족의 정서를 기리면서 백두산을 그린 것이다.

장우성, 민경갑, 임송희, 이숙자는 각자의 방법으로 백두산을 한국의 영산으로 그려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된 것은 백두산의 최정상부인 천지였다.

백두산은 한국을 상징하는 영산으로 아름다운 풍치를 지니고 있는 천혜의 산이다. 실제 경치에 대한 관찰을 토대로 그림을 그리는 산수화가들은 이런 백두산이라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주목했다.

김옥진, 이영찬, 하태진, 지암 김대원, 창산 김대원은 모두 자신의 방법으로 백두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았다. 자연스럽게 화면에는 장백폭포를 비롯해 천지 이외의 장소들이 담기게 됐다. 천지 옆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장군봉에 주목하기도 했다.

이 밖에 한진만, 정종해, 오숙환은 백두산이라는 상징 혹은 자연 자체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를 매개로 한 예술성의 표출을 시도했다. 자연스럽게 실경 자체의 특징보다는 작가 자신의 개성이 두드러진다. 실경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그 자체에 주목하기보다 그로부터 느껴지는 감흥을 독창적인 화풍으로 재해석해 표현한 것이다.

출품 작가 13인은 한국 현대 수묵채색화단을 대표하는 굵직굵직한 인물들이다. 모두가 각자의 작업은 물론 미술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현재 화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천=신용백 기자 syb@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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