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김보성 "의리 잘못 외치면 부작용…공익이 우선"

연합 yonhapnews.co.kr 2016년 11월 06일 일요일 제0면
"나이 오십에 격투기를 한다고 하니 아내가 당연히 펄쩍 뛰죠. 이혼하고 하라고, 자신은 외국으로 가 버리겠다고 하더라고요. 맨정신으로는 못 하겠고 술을 마시고 들어가서 부엌 식탁 앞에서 아내에게 무릎을 꿇고 사정을 했죠. 소아암환자들을 돕는 좋은 일인데 내 몸이 좀 찢어지고 부서지면 어떠냐고, 큰 부상은 안 당하겠다고 애원했죠.(웃음)"

20~30대도 아니고, 나이가 오십이다.

평생 해왔던 것도 아니고 오십에 격투기에 도전하겠다는데, 부인이 아니라도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릴 일이다. 

하지만 이 남자는 못말린다. 평생을 그래왔다. 그렇다고 허튼 짓을 한 것도 아니다. 정의와 의리라는 두 글자를 가슴에 아로새긴 채 선하고 순수한 에너지로 좌충우돌해온 그다. 그러면서 '의리의 사나이', '의리의 기부왕'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버는 족족 기부를 하고, 의리를 지키기 위해 이런저런 희생을 하는 남편을 둔 부인의 심정은 불문가지다.

01.jpg
중3, 중2인 아들 둘이 모두 축구선수라고 하니, 이 집안은 '큰아들'까지 매일 크고 작은 부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안 그래도 아내가 거의 의사 다 됐다"며 씩 웃는 배우 김보성을 지난 4일 그가 훈련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로드FC짐에서 만났다.

◇ 청춘스타에서 의리의 사나이로

"으리(의리)으리(의리)"를 외치기 전 김보성은 '상남자' 이미지로 종횡무진했다. 1989년 이미연과 주연한 영화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가 대박이 나면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그는 좌충우돌하는 코믹한 이미지에, 액션을 사랑하는 '터프 가이' 이미지로 1990년대 청춘스타로 사랑받았다.

그러다 어느새 '아저씨'가 되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그는 2014년 '의리' 돌풍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한다. '의리'를 외치는 김보성을 기용한 코믹 광고들이 모두 히트를 치면서 '아저씨 김보성'이 청춘들에게 사랑받는 아이콘이 된 것이다.

김보성, 48세의 일본 파이터와 데뷔전 확정

김보성, 48세의 일본 파이터와 데뷔전 확정(서울=연합뉴스) 종합격투기에 도전하는 배우 김보성의 데뷔전 상대가 정해졌다. 로드FC는 오는 12월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릴 로드FC 35 웰터급 매치에서 김보성이 일본의 콘도 테츠오와 대전한다고 공개했다. 사진은 김보성(왼쪽)과 콘도 테츠오가 포즈를 취한 모습. 2016.10.18 [로드FC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하지만 김보성은 거기에 '영합'(?)하지 않았다. 평생 자신만의 순수함으로 돌진해온 그는 '으리으리'를 외쳐달라는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을 뒤로 하고, 자신에게 이목이 쏠린 때에 '나눔의 의리'를 외치며 좀 더 많은 기부와 선행을 하고자 달려나갔다.

그러다 결국엔 '사고'도 치게 됐다. 그는 하늘의 뜻은 깨우칠지 모르나 무릎은 시리게 되는 지천명의 나이에 종합격투기 도전을 선언한다. 소아암환자들을 돕기 위한 자선 경기이기 때문이다.

◇ "솔직히 힘들긴 하네요. 몸에 무리가 와요."

김보성은 다음달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로드FC 35'에서 일본의 베테랑 선수 곤도 데츠오(48)와 웰터급(77㎏) 경기를 치른다.

"이제 한달 남았네요. 체력이 약점이니 그라운드 기술, 체력 키우는 일에 중점을 두고 훈련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힘들어요. 평생 복싱과 태권도를 해왔고 나도 나름 파이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격투기 훈련을 받으니 겸손을 배우게 됐습니다. 하하. 내가 파이터라는 생각은 대단한 착각이었구나, 진짜 파이터들은 정말 대단하구나 느끼고 있습니다."

그는 이날도 인터뷰에 앞서 물리치료를 받고 왔다. 안 받을 수가 없다.

"만년 청춘인지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하하. 몸에 무리가 있어요. 요즘엔 잇몸도 붓고 눈꼽도 끼는데 그게 다 힘들어서 그렇다고 하네요. 낮에는 파이터들과 훈련하고 저녁에는 주짓수 훈련을 하는데 시합 전에 골병 들게 생겼다고 주변에서 놀려요."

그는 "운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

"로드FC에서 먼저 자선 행사 제안을 했어요. 소외되고 힘들고 약한 사람들을 도와야한다는 게 제 신념인데, 소아암환자들을 돕는 자선행사라니 당연히 해야죠. 다만 조금만 일찍 이런 제안이 왔다면 더 좋았겠죠. 제가 30대까지는 날아다녔는데….(웃음) 이번 시합이 소아암환자들에게 수술비를 지원하는 목적도 있지만, 나눔에 대해 더 주목하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의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나눔의 의리"

김보성은 2014년 국내 남자연예인 최초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1억원 이상 기부하거나 기부를 약정할 경우 가입할 수 있는 모임이다.

그는 그 전후로 크고 작은 기부를 실천해왔다. 최근에는 소아암환자들의 가발 제작을 위해 모발을 기증했는데, 격투기를 반대하던 그의 부인도 잇따라 머리카락 35㎝를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아내가 진짜 의리가 있는 거죠"라며 씩 웃었다.

김보성은 격투기 훈련을 위해 지난 1년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다. 영화 두 편을 고사해야하는 등 배우로서의 경력과 경제적 손실을 감수한 것이다.

"제가 의리를 외치는 게 희화화되기도 했지만, 의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나눔입니다. 의리를 잘못 외치면 부작용이 나요. 요즘 나라가 어수선한데, 제대로 된 의리가 지켜지면 정의롭고 따뜻한 대한민국이 됩니다. 하지만 잘못된 의리를 외치면 사욕을 챙기거나 범죄를 벌이게 되죠. 의리에는 반드시 공익을 위한 정의감이 수반돼야하고, 그것을 통해 나눔의 의리를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나눔이 삶의 목표가 되면 가치관이나 세계관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김보성은 "대한민국에 정의와 나눔이 퍼져나갈 수 있도록 죽을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보성 화이팅!"이다.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저작권자 ⓒ 기호일보 (http://www.kihoilb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