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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사들인 김포매립지를 청라국제도시로 개발하면서 그 땅의 이용계획은 크게 바뀌었다. 첨단농업단지에서 금융을 핵으로 한 국제업무단지로 개발 방향을 틀면서 이미 예고된 상태였다. 투자유치용지 등 국제업무단지는 사실상 주택건설용지를 개발하기 위한 빌미에 지나지 않았다. LH는 주택건설용지를 팔아 국제업무단지의 기반시설에 재투자한다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LH 입장에서 보면 매입과 기반시설로 투자한 돈을 가장 손쉽게 회수할 수 있는 길이었다.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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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금세 현실로 검증됐다. 외국인 투자유치를 통해 개발하기로 했던 국제업무타운의 외자 유치는 지금까지 오리무중이다.

 LH가 구상한 청라국제도시 안 국제업무타운의 규모는 127만3천여㎡다. 이곳에 6조2천억 원을 투입해 2007년 1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국제금융업무단지로 개발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구상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팬지아와 두산, 쌍용, 신세계 등 외국인 기업과 대기업이 어슬렁거렸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발을 빼고 말았다.

 외자 유치 대상인 테마형 레저·스포츠단지 조성도 국제업무타운과 닮은꼴이었다. 1천186억 원을 들여 2009년 12월까지 77만4천㎡의 터에 21세기형 레저·스포츠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내놓았다.

 ㈜우방과 우방타워랜드 등이 기웃거렸지만 감감무소식인 것은 마찬가지다.

 대신 청라국제도시의 주택건설용지는 LH에 상당한 부(富)를 가져다줬다. 한국농어촌공사의 김포매립지 매입가보다 적게는 2.8배에서 많게는 8.9배까지 비싼 가격에 땅을 팔아넘긴 것이었다. LH는 2013년 9월 김포매립지(1천607만1천㎡) 중 하천·도로 등 국유지(386만1천㎡)와 한국농어촌공사의 화훼단지(188만1천㎡)를 뺀 1천32만9천㎡를 사들였다. 3.3㎡당 거래가격은 37만 원 정도였다.

 LH는 3.3㎡당 77만5천여 원을 들여 터를 닦았다. 용지비와 조성비가 포함해 3.3㎡당 114만6천 원이었던 셈이다. LH는 터를 닦은 주택건설용지 중 블록형 단독주택용지를 3.3㎡당 324만 원에 팔았다. 연립주택용지는 367만 원, 공동주택용지 825만 원, 주상복합용지 828만 원, 일반상업용지는 864만~1천12만 원에 건설업체 등에 매각했다.

 LH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당초 중소형 아파트 건설계획을 중대형 아파트로 변경하기도 했다. LH가 농업단지를 배제한 채 국제업무타운 등 외국인투자용지를 들먹이며 주택건설용지 개발에 눈독을 들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LH의 수익성 극대화는 청라경제자유구역 첨단산업단지(IHP) 개발 과정에서도 볼 수 있다.

 LH는 2013년 폐기물이 묻혀 있는 한국농어촌공사의 화훼단지 터 92만3천㎡를 IHP 용도로 매입했다. 3.3㎡당 38만9천700원꼴인 1천90억 원이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1999년 동아건설로부터 사들였던 취득원가(3.3㎡당 17만2천 원)에 이자와 세금, 관리비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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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는 농어촌공사와 땅값을 정산하기 전인 2011년 IHP 터 일부인 3만9천670㎡를 3.3㎡ 당 278만3천 원인 334억200만 원에 한국가스공사 청라관리소 측에 팔았다. 7배 정도 이득을 남긴 셈이다.

 애초 LH는 감정평가를 통해 한국가스공사 청라관리소 터의 매매가를 476억400만 원(3.3㎡당 396만7천 원)으로 잡았다. 이 땅에 폐기물(13만㎥)이 묻혀 있자 처리비용으로 142억200만 원(3.3㎡당 118만3천500원)을 깎아준 것이다. LH는 2010년 IHP(93만7천94㎡)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변경 협의를 하면서 전량 굴착에서 묻힌 폐기물 위에다가 성복토를 하는 현지 안정화 공법으로 바꿨다. 터 닦기 과정에서 나오는 비위생 매립장의 폐기물처리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김포매립지 놓고 농어촌公 - LH 알력싸움 ‘치열’

한국농어촌공사(옛 농업기반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 김포매립지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은 아주 치열했다.

 2005년 3월 24일 한국농어촌공사 이사회실은 그야말로 국회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이사들은 공사 임직원을 대놓고 나무랐다. "왜 김포매립지 땅을 LH에 빼앗기듯 팔아야 하느냐"는 질타였다.

 공사는 1999년 8월 농경지 조성 목적으로 매립한 동아건설산업㈜의 김포매립지 1천210만7천700㎡를 6천355억 원에 사들인 뒤 소유권 등기를 마쳤다.

 공사는 김포매립지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자 2003년 12월 LH와 청라지구(1천23만6천600㎡) 매매계약을 맺었다.

 공사의 이사회가 열렸을 때는 LH와 매매계약만 체결했을 뿐 실제 돈이 오고 가지 않은 상태였다. 공사 이사들은 헐값에 LH에 땅을 내줄 수 없다며 감정평가를 통해 매매계약을 다시 맺도록 공사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사실 공사와 LH가 청라지구 매매계약을 맺을 당시 미래의 땅값 계산은 정부가 주도했다. 감정가가 아니라 김포매립지 매매가에다가 이자와 제세공과금, 관리비 등만 얹기로 한다는 조건이었다. 애초부터 공사는 땅주인이 아니라 관리인이었을 뿐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었다. 이 조건대로라면 공사가 LH로부터 받을 땅값은 2014년 기준으로 9천119억 원에 불과했다.

 공사는 1㎡당 130만~140만 원 하는 감정평가를 통해 매매가 산정을 주장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2013년 9월 30일에서야 실제 청라지구 매매 정산이 이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공사 소유의 화훼단지 규모가 188만1천㎡에서 41만4천810㎡로 5분의 1가량이 줄어든 까닭이기도 하다.

 LH는 공사 측에 치러야 할 땅값을 기반시설을 조성해 주는 조건으로 감정가를 통해 공사에 땅을 떼준 것이었다. LH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까지 먹은 셈이 됐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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