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시장이 신개척지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내 많은 농식품업체들도 이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분주하다. 현지 식품박람회에 참가하거나 할랄 인증을 받는 등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인삼을 비롯해 김치, 김 등 사실상 우리나라가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제품들이 할랄 시장에서 유망 품목으로 이슬람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관련 업계 역시 기대감이 높다. 이미 수년 전부터 이들 품목을 바탕으로 할랄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는 업체들이 있다. 이들 업체가 할랄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계기와 성공의 원동력을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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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농협은 지난 2012년 전세계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큰 중동과 동남아 지역으로의 천경삼 수출을 위해 이슬람 율법에 따라 생산, 가공된 식품에만 부여되는 할랄(HALAL)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사진은 경기고려인삼의 이슬람 할랄 식품인증을 받는 모습.
# 경기농협-천하제일 경기고려인삼(천경삼)

▲ 허승민 경기농협인삼연합사업단 본부장
경기도의 인삼 재배 면적은 전국 1위다. 2014년 기준 2천987㏊로, 전국 1만4천652㏊의 20.4%를 차지하고 있는 6년근 인삼의 주산지다.

경기도와 경기농협은 2009년 개성고려인삼의 명맥을 잇고 있는 경기인삼의 대표 브랜드인 ‘천하제일 경기고려인삼’ 천경삼을 판매하고 있다. 국내 11개 인삼 생산 조직 중 개성인삼농협과 김포파주인삼농협, 안성인삼농협, 경기동부인삼농협 등 4곳이 경기농협인삼연합사업단을 구성해 공동 생산과 관리를 하고 있다. GAP생산이력 관리, 국제적인 인증 획득 (미국 FDA, HALAL, ISO, GAP, GMP, HACCP),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삼포토양 관리 등 철저한 품질관리와 검증시스템을 거치고 있다.

천경삼은 2012년 베트남에 첫 수출을 시작해 현재까지 타이완·홍콩·베트남·말레이시아(할랄) 등 4개국에 219만 달러를 수출했다.

하지만 역사가 짧은 천경삼 브랜드는 인지도가 낮아 해외시장 진출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 아부다비 등 할랄 지역은 더 어렵다.

영세한 농산물 수출업체들의 해외 지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문을 두드렸다. aT의 도움으로 각국 현지 유력 바이어와 접촉해 천경삼 샘플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은 물론 홍보에 주력했다. 제품 인지도가 낮다 보니 식음을 통해 제품 우수성과 시장성을 인정받는 게 우선이라는 전략을 세웠다. 결국 천경삼의 가장 큰 숙제는 현지 고객들에게 최고 품질의 홍삼을 경험하게 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 두바이몰 DNP에 진열된 인삼 제품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한국 음식 홍보와 K-POP 공연을 함께하는 ‘K-푸드 파티’가 이 숙제를 해결해 줬다.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으로 인해 각 나라로 진행된 ‘K-푸드 파티’에 부스를 설치하고 현지 소비자들에게 고려인삼의 우수성을 알렸다. 그 결과, 각 나라별 언론에 소개되는 등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인삼 종주국이며, 그 중에서도 경기도는 고려인삼의 중심지이다. 경기도 통합 인삼브랜드 천경삼은 그 품질과 전통성으로 세계 각지의 고객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이는 경기 인삼농가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허승민 경기농협인삼연합사업단 본부장은 "역사가 짧은 천경삼 브랜드는 인지도가 낮아 해외시장 진출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 품질과 전통성으로 세계 각지의 고객들에게 인정받고 있고, 할랄 시장도 큰 차이가 없어 홍보만 제대로 되면 충분히 가능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 한성식품-김치

▲ 한성식품 김치명인 김순자 대표
지난해 8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2015 K-Food Fair’에서 한 한국 식품이 바이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주인공은 바로 ‘한성식품’의 김치다.

한성식품은 1986년 설립된 중견기업으로, 정부가 지정한 최초의 ‘김치 명인’ 김순자 대표이사가 경영하고 있다. 연간 2만2천여t의 김치를 제조해 국내 2위의 생산 규모를 자랑한다.

제품 종류도 200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김치 명인이 경영하는 만큼 제품의 위생관리 또한 철저하다. 우선 배추와 무 등 주재료를 비롯해 마늘, 양파, 고춧가루까지 모두 국산만 취급하고 있다. 국내 3곳의 생산공장 모두 에어샤워기 및 이물질 유입 차단장치를 설치해 HACCP 인증을 받는 한편, 식품안전경영시스템인 ISO22000 인증도 획득했다.

미국은 물론 일본·호주 등 14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면서 김치를 세계에 알리고 있는 한성식품은 최근 할랄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특성 때문에 건강식과 채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김치의 성공 가능성이 어느 지역보다 높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 말레이시아 식품박람회에 참가한 모습
앞서 2011년 1월부터 두바이 대형 마트에 김치 제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해 가능성을 보였고, 2013년 9월 한국이슬람교중앙회를 통해 포기김치, 깍두기, 맛김치, 열무김치, 백김치, 총각김치 등 6개 제품에 대한 할랄 인증을 획득한 뒤부터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비롯해 동남아 할랄 지역에도 한성식품의 김치가 공급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2015 K-Food Fair에서는 김치업계에서 드물게 할랄 인증을 받은 덕분에 바이어들의 높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순자 대표는 "최근 한류가 동남아 지역을 강타하면서 현지인들 사이에서 김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여기에 젊은 여성 소비자들과 채식주의자들에게 건강음식으로도 인식되고 있어 향후 수출 확대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 만전식품-김

▲ 정재강 만전식품 대표.
1979년 소규모 건어물상으로 출발했던 ‘만전식품’은 현재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27개국에 수출할 정도로 큰 성장을 이룬 김 제조 전문업체다. 국내에서도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에 고급 김을 납품하며 국내 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만전식품의 친환경 김에 사용된 원료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전남 신안군 인근 바다에 떠다니는 천연 포자를 김발에 자연적으로 착상시킨 것으로 인공배양 등 인위적인 작업을 최소화했다. 이 자연 상태에 가까운 환경에서 길러 낸 김에는 무기산, 유기산 등 첨가물이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조수간만 차를 이용해 김발을 뒤집는 방법을 적용했고, 햇빛과 해풍에 노출시켜 자연적으로 잡조류와 잡티를 제거했다.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한 옛 방식 그대로 길러 낸 친환경 김인 만큼 수확량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렇기에 ‘명품’ 김이라는 별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만전식품의 생산 공정은 원초 선별에서 가공까지 전 과정이 ‘위생과 안전’이라는 철저한 원칙 하에 운영 중이다. 환경경영인증(ISO 14001), 품질인증(ISO 9001),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 획득은 이 같은 노력의 산물이다. 이처럼 자타 공인 최고 품질의 김을 만들어 내고 있는 만전식품이 눈길을 돌린 곳이 있으니 바로 할랄 시장이다.

▲ 만전식품이 서울 도곡동 대형마켓 스타수퍼에 입점해 있다.
2013년 KMF 인증을 받아 그해 말레이시아에서만 3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엔 두바이 식품박람회에도 참가해 중동 할랄 시장 거점 마련에 나섰다. 특히 최근엔 인도네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MUI 할랄 인증도 받았다. 인도네시아가 인구 2억5천만 명의 최대 무슬림 국가로 꼽히는 만큼 시장성이 충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행히 현재 인도네시아 김 시장의 전망은 밝다. aT가 2014년 발표한 ‘인도네시아 수산물 및 수산식품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제품으로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조미김을 꼽았다. 많은 해외 소비자들이 조미김을 스낵처럼 즐기는 가운데 인도네시아에서는 조미김을 밥 반찬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aT는 인도네시아 시장은 스낵김뿐만 아니라 반찬으로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도 현지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재강 만전식품 대표는 "밥 반찬용 조미김 수요가 높아지면서 만전식품을 비롯해 국내 김 수출업체들이 인도네시아 현지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며 "할랄 지역에서의 성공으로 한국 김의 위상을 높이고 우리 먹거리의 우수성을 입증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강나훔 기자 hero43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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