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어라, 정치
마누엘라 카르메나/푸른지식/288쪽/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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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여, 특권을 내려놓고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12월 1일 출간되는 이 책은 스페인에서 사회 변혁을 이끌고 있는 일흔두 살의 여성 혁명가 마누엘라 카르메나(Manuela Carmena)가 쓴 에세이다.

정치 혁명과 사회 개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밝히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카르메나와 관련된 책을 국회도서관 등 이곳저곳을 뒤져 봐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그녀를 소개하는 국내 최초의 저서이기도 하다.

마누엘라 카르메나는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시의 시장이다. 정치판에 한 번도 몸담은 적이 없는 그녀는 지난해 6월 시장에 당선됐다. 다른 어떤 경력보다도 유럽 금융위기 이후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분노하라’ 시위를 주도했던 인물로 유명하다.

전직은 판사다. 1965년 마드리드대학교에서 법학석사를 받은 후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노동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판사로 사법계에 입문, 마드리드 법원장과 스페인 사법부의 최고 총괄 기관인 사법부총평의회의 대변인을 지냈다. 2010년 판사직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바스코 지방정부의 사법부 고문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나이로 71세에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마드리드시장에 취임하자마자 여러 가지 소식이 들려왔다. 특권과 권위를 내려놓는 파격적인 행보에 관한 내용이다. 시장의 특권인 오페라하우스와 투우장 무료 입장권을 포기하고 부유층의 전유물이던 시 소유 골프장을 시민에게 개방하는가 하면, 관용차 대신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있다고 한다. 또 취임 1년 6개월 만에 마드리드시의 빚을 38% 줄였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이렇듯 마누엘라 카르메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작은 정치’를 표방하면서 유럽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기존의 정치인답지 않다. 진정한 정치인의 자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정치인들은 누구보다도 사회 현실을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사회 현실을 알려면 시민들의 말을 직접 들어야 한다. 정치인과 통화할 수 없다며 비서진이 늘어놓는 이유를 들어보면 매번 기가 막히다. 대부분 장관이, 시장이, 국회의원이 너무 할 일이 많아서 전화를 받을 수 없단다. 그따위 성의 없는 대답에 화가 치솟지 않는 사람은 성인군자밖에 없을 것이다. 가끔은 정치인들이 자기 업무가 시민들과 직접 관련된 일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변화가 거대한 변혁을 만든다는 신념 또한 강하다. 어쩌면 시시콜콜하게 들릴 법한 사소한 이야기도 이 책에 많다. 비효율적인 난방 방식, 복장 문제 등 사소한 관행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현재 마누엘라 카르메나 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도가 높다고 한다.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를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초보 정치인인 카르메나 시장은 각종 특권에 안주하고 정당이나 개인의 이익만을 중시하는 기존 정치인들에게 각성을 촉구한다. 또 세상을 멋지게 바꾸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로 여성들이 사회 변혁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한국인의 거짓말  
김형희/추수밭/216쪽/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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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거짓말쟁이의 거짓말에 왜 잘 속을까? 거짓말을 간파하는 기술을 안다면 속을 걱정은 없다."

신체언어·행동심리 연구가인 저자가 한국인들이 어떻게 거짓말하는지 그 특수성을 5년여에 걸쳐 추적하고 분석한 책이다.

1천여 개의 사례를 통해 한국인들의 거짓말 특성을 행동심리학·사회학·역사학 측면에서 분석해 거짓말 신호 25가지를 찾아냈다고 주장한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단서로는 ▶안면비대칭 ▶특정 단어 반복 ▶눈 깜박임 ▶간지러워지는 입술과 침 바르기 등을 꼽고 있다.

한국인의 거짓말 사례들을 살펴보면 남녀 차이가 확연하다는 설명도 나온다. ‘길게 말하는 남성, 짧게 말하는 여성’편의 내용이다.

『남성은 거짓말을 할 때 무수히 많은 진실을 제공함으로써 거짓을 은폐하는 전략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즉 한국인 남성은 거짓말을 할 때 말이 많아진다. 그에 반해 여성은 제공하는 정보 자체를 극단적으로 차단하는 전략을 취한다. 즉 한국인 여성은 거짓말을 할 때 말수가 적어진다.』

황해문화 2016년 겨울호(통권93호)
새얼문화재단/420쪽/9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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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정당에게 성장을 묻다’가 눈에 띈다. 대통령 선거에 앞서 각 정당들이 경제에 대해 어떤 진단과 처방을 내놓을지, 그것들이 서로 다르다면 어떻게 다를지 미리 알아보고자 마련했다. 핵심어를 ‘경제성장’으로 꼽고 각 정당의 답을 들어봤다.

이정우 명예교수는 ‘성장지상주의를 넘어 포용의 경제로’에서 분배와 성장이 동행하는 포용성장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검토한다. 반면 포용성장과 대비되는 부채 주도, 수출 주도 성장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어 윤창현 교수가 ‘새누리당의 경제성장 전략에 관한 소고’에서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꼽는다. 일자리는 키움(성장)과 나눔(분배)을 연결하는 고리라는 설명이다. 이에 노동시장 유연화가 필요하고 기업 투자에 관한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읽을거리들이 많다. ‘한국전쟁기 인천의 미군기지와 전쟁포로수용소’란 제목의 ‘포토에세이’에서 역사학자 전갑생 선생이 발굴한 귀중한 사진들을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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