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기물 적환장 작업자가 쉬고 있다. 문은 없고 오래된 작은 난로 하나로 몸을 녹이고 있다. 사진=지엠지부 제공
‘정규직 15~19℃, 비정규직 0℃.’ 한국지엠 부평공장 차체1부 뒤쪽, 디자인센터와 붙어 있는 차체 서열보급장의 이야기다. 부서는 생관1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는 일은 같다.

정규직 작업장은 바깥 온도와 다르게 따뜻하다. 지게차가 수시로 들락거리지만 문이 자동으로 여닫혀 열 손실이 적다. 벽면은 비록 간이 건물이기는 하지만 보온단열재로 마감돼 있어 추운 날에도 버틸 만하다.

바로 옆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작업장은 바람만 막아 줄 뿐 바깥 기온과 차이가 없다. 간이 건물은 비닐 천막으로 덮여 있고, 난방시설은 1인용 전기열풍기 몇 대가 전부다. 화장실의 히터는 망가졌고 온수도 나오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온종일 영하의 날씨를 온몸으로 견뎌내야 한다.

또 다른 작업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정규직이 일하는 중앙에는 곳곳에서 온풍기 배관을 따라 열기가 나오고 있었다. 비정규직 일터에는 온풍기 배관이 연결된 곳을 찾기가 어려웠다. 정규직이 쓰고 남은 열기가 새어 나와 비정규직에게 흘러가는 수준이다. 실제로 평균 5℃ 이상 온도차를 보였다. 정규직 라인의 온도가 18~20℃라면 비정규직이 일하는 공정의 온도는 11~15℃ 사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와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는 공동 비정규직 난방 실태 점검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난방 차별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지엠지부 관계자는 "정규직은 최소한 춥지는 않게 일하는데, 비정규직은 고스란히 외부 온도와 연결돼 춥게 일해야 하는 이런 시스템은 비용 이전에 인권의 문제"라며 "한국지엠은 비정규직 노동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비정규직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