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2017년도 고용 전망 보고서’를 보면 고용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보고서는 올해 실업률을 3.9% 정도로 예측했다.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요즘 국민들은 일자리 걱정이 크다. 탄핵 정국 속에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잔뜩 껴 있어 더욱 그렇다. 작금의 경제상황을 ‘청년에게는 희망 포기’, ‘자영업자에게는 사망선고’, ‘가계부채는 그 자체가 빚 폭탄’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이 같은 암울한 전망에도 굴하지 않고 험난한 세상에 맞서 한 발, 한 발 자신의 목표와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어 그나마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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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한 바 있어 다니던 대학을 중도 포기하고 평택국제중앙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며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고 있는 아름다운 청년 유재준(27)씨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유 씨는 당연하다는 듯 초·중·고를 나오게 됐고, 정신을 차려 보니 꿈이란 없었다고 한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고3 수험생에게 그 누구도 길을 알려 주려 하지 않았다. 단지 "좋은 대학, 좀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충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선택한 대학은 자신을 자꾸 되돌아보게 했다. ‘나는 무엇이 하고 싶어서 이 길을 택했나’하는 자괴감만 들 뿐이었다고 그는 전했다. 결국 휴학을 거듭하다 4학년 때 중퇴를 결심하게 됐고, ‘N포세대’가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20대 청년들이 꿈을 갖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유 씨는 "한때 어떤 직업을 갖든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붙들려 있었다"며 "어느 순간 깨닫게 된 것은 대부분의 20대 청년들이 같은 꿈을 꾼다는 것이었고, 그건 바로 ‘더 빨리, 더 많이 돈을 버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결혼, 자녀, 주택, 자가용, 심지어 연애까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다다른 것 같다. 나도 이에 속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취업을 포기한 나에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며 "한때는 젊은 패기 하나로 세상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카메라 하나로 돈을 벌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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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스냅사진이 유행하던 터라 1주일간 급하게 독학으로 공부를 했고, 손에 익지도 않은 카메라와 팻말 하나만 가지고 월미도에서 돈을 벌어 보려 했다. 그런데 2시간 만에 월미도 관리인에게 발견돼 계획은 물거품이 돼 버렸다.

그 후 유 씨는 평택국제중앙시장에서 청년상인들의 참여를 기다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상인회장에게 연락을 했다. "선뜻 자리를 내주신다고 해 시작한 노점상의 길은 나에게 새로운 삶을 알려 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크게 실망한 것 같다"며 "최순실 국정 농단이 드러난 이후라도 대통령이 적극 대처했더라면 이처럼 국민들이 실망하고 분노했을까? 적어도 지지율은 지금보단 높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이 가결된 이후 차기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염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다음 대선에선 좀 더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당선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미 수차례에 걸친 촛불집회로 국민이 하나로 뭉칠 수 있음을 충분히 봤다는 유 씨는 "이런 국민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무엇보다 청년실업률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이때, 청년으로서 청년실업에 대한 공약을 내놓는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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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숍’ 혹은 ‘청년몰’이 전통시장에 많이 들어선 것을 직접 봤다는 그는 "청년 노점상의 입장으로서, 또 대한민국의 청년으로서 국가적 차원에서 좀 더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지원과 자리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유 씨는 새해 소망에 대해 "전통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대기업에 밀려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가슴 한쪽이 아려 온다"며 "이곳을 떠났다가 관광객으로 찾아온 사람들의 말은 하나같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네요. 전에는 사람도 많고 붐볐었는데…’이다. 이런 말들을 들을 때면 정말 아쉬움이 많이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해에는 전통시장 경제 활성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소비자는 마음 편하게 소비할 수 있고, 상인들은 뿌듯한 마음으로 셔터를 내리는 하루하루가 반복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평택=김진태 기자 jtk@kihoilbo.co.kr

 홍정기 기자 h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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