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 접고 뭐할 건데? 힘들다고 그만두면 그게 예술가냐’라고 위로 대신 오히려 다그쳐 주신 인천대 이은주 교수님이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이런 고민이 한두 번은 찾아오기 마련인데 그때 스승님이 저를 꼭 잡아주셨기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난달 19일 인천예총인의 밤 행사에서 제25회 인천예총 예술상을 받은 정진수무용단 정진수(46·한국무용)대표의 수상 소감이다.

"보통 한두 번은 자신의 길을 계속 걸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잖아요? 30대에 찾아온 인생의 갈림길에서 차 한 대로 전국 여행을 다니며 결심했어요. 무용을 하며 느끼는 희열, 살아있다는 느낌을 내 인생에서 지울 수는 없다고요."

정 대표는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기를 지금 보내고 있다고 했다. 1900년대 인천 용동 권번 출신 기생 이화자의 삶을 그린 작품 ‘화류춘몽’을 지난해 관객들에게 선보인 이후 지금은 2탄 ‘꽃의 눈물(가제)’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기생 이야기를 이어보고 싶은 생각에서요. 영화 ‘밀정’에서 나온 여주인공을 모델로 극본을 쓰고 있어요."

그가 생각하는 무용의 세계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고전을 소개하는 무대에 심청전보다 춘향전이 더 많이 올라가는 이유는 바로 만국 공통어 ‘사랑’을 노래하기 때문이죠. 사람들이 보기에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주제로 ‘아, 이 작품 좋다’라는 말을 들어보는 게 목표예요. ‘무용을 모르지만 정말 재미있다(감동적이다)’라는 대중의 평을 받을 수 있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죠. 물론 개인 발표회의 경우 작품성을 우선해도 무방하지만 최소한 관객과 호흡하는 공연을 지향할 경우 대중성을 무시해선 안 되죠."

연출가다운 발언에 이어 무용에 대한 깊은 애정도 드러냈다. 처음 본 무용 공연에서 느낀 감동으로 무용가나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많다며 그는 학교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많은 학생들에게 무용을 가르쳐도 다 좋아하지는 않는 게 인지상정이죠. 하지만 단 한 명의 학생에게서라도 배워 보고 싶다거나 감동적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 수업은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하하, 이래서 교육 현장을 못 벗어나나 봐요. 무용이 정말 좋아 아들이 무용가가 되기 위한 길을 걸었으면 하는 게 아버지로서의 바람이죠. 슬하에 아들만 넷인데 그 중 한 명이라도요."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