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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홍근 화성시의회 부의장
지난 초겨울 발생된 조류인플루엔자 사태가 조기 수습되기는커녕 해를 넘겨가며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붉은 닭의 해이다. 그동안 조류인플루엔자가 남긴 상처는 크고도 깊다.

 지난해 11월 18일 최초로 발생된 이후 전국적으로 살처분된 가금류는 3천300만 수에 이르는데 10개 도시 41개 시군에서 발생된 수치이다. 살처분에 따른 보상액만 전국적으로 2천억 원에 이를 정도로 어마어마한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상태인데 이것은 매몰처리비, 소독이나 감시초소 운영비 등 각 지자체에서 사용된 것을 제외한 금액이다. 특히 살처분된 가금류의 대부분이 산란계이다 보니 시민들 생활에 끼친 영향 또한 적지 않다.

 계란은 국내 1일 소비량이 약 4천만 개에 이를 정도로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적인 영양 식품이면서 제과 제빵 등 각종 가공품에 사용되는 주요한 기초식품이다.

 생활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는 계란이 가격급등뿐 아니라 심각한 공급부족 사태로 이어지자 여론은 급속히 악화됐고, 급기야 정부는 신선식품인 계란을 비행기편을 이용해 급수입하기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수많은 방역예산과 인력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어처구니없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가금류의 생태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열악하기 그지없는 사육환경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닭의 체온은 42도이며 깃털구조를 갖고 있는 잡식성 동물이다. 당연히 산소요구도가 높은 동물로 자연적인 먹이, 신선한 공기와 햇빛 그리고 맑은 물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현실의 사육환경은 어떠한가?

 산란계 축산농가의 계사 상당 부분이 무창계사(無窓鷄舍), 즉 창문이 없는 밀폐된 공간에 마리당 A4용지 한 장도 안 되는 작은 면적의 케이지를 층층이 쌓아놓은 구조이다. 당연히 각종 먼지와 암모니아가스로 가득차기 일수이고, 운동커녕 최소한의 먹이 활동 외에는 어떠한 음직임도 허락하지 않는 열악한 사육 환경이다. 이로 인해 면역력 저하로 각종 질병과 전염병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게 됐으며, 결국 항생제 등 동물약품은 사육의 필수품이 돼 왔다.

 평사가 기본인 육계보다 케이지에서 사육되는 산란계가 직격탄을 맞은 올해의 조류인플루엔자 사태가 주는 시사점은 크다. 결국 낮은 생산원가만 생각하는 공장식 운영이 변화되지 않는 한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정부의 축산지원정책이 오히려 조류인플루엔자 사태를 키웠다고 판단된다. 그동안 정부는 농지의 이용이라는 명분으로 야생조류의 주요 서식지라 할 수 있는 대규모 간석지나 저수지 인근 등 농림지역 내 축사시설을 짓고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해왔다. 그것도 시설현대화 자금까지 지원해 가면서 말이다.

 심각한 사회적 혼란과 수많은 비용을 지불한 지금 조만간 정부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의 종합대책에는 무슨 내용이 담겨야 할까?

 우선 가축과 가축사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전환 방안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닭이 계란을 생산하는 공장의 부품이나 기계가 아니라 온전한 생명임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대규모 간석지나 농림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이용허가도 재고돼야만 한다. 나아가 농장과 농장 간의 거리 제한도 필요한 항목일 것이다. 시민 주거지 또는 주요 도로와 농장과의 일정한 이격도 기본으로 유지돼야 할 부분이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1급 가축전염병임에도 구체적인 방역과 대책실무 그리고 일정한 소요재원은 기초 지자체가 책임질 수밖에 없는 부분도 일정 개선돼야 할 것이다.

 이번에 세워질 정부의 종합대책은 그동안 매년 반복돼 온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과 더불어 동물복지를 구체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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