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발생한 화재로 철골구조물만 남은 인천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화재 현장이 20일 철거되고 있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 지난 18일 발생한 화재로 철골구조물만 남은 인천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화재 현장이 20일 철거되고 있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욕심이 화(禍)를 불렀다. 인천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상인회를 향한 말이다. 수년 전부터 상인들 사이 전통어시장 양성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상인회장들은 묵살하기 바빴다. 국유지 임대료와 시장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매달 걷는 회비가 큰 돈이 됐기 때문이다.

남동구가 관리하던 2013년까지는 연 임대료(점포당 약 100만 원)가 지금(한국자산관리공사·점포당 약 160만 원)보다 낮아 관리비가 더 많이 남았다. 상인회장이 2명이던 시절 회장 1인당 2억∼3억 원을 굴릴 수 있었다. 현재 상인들은 점포당 연평균 200만 원 정도를 상인회에 내고 있다. 임대료를 내고 나면 점포당 관리비는 연 40만여 원. 332개의 좌판 점포 관리비만 1억3천300만 원이다.

상인회장들이 얻는 수익은 이 뿐만이 아니다. 일부 회장들은 생선·부자재 등을 공급하는 도매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상인들은 자신이 속한 상인회 회장이 하는 도매상에서 물건을 공급받는다. 그렇지 않으면 회장들이 상인회에서 쫓아내려고 갖은 수단을 총동원하기 때문이다. 소래포구에선 ‘상인회장에게 찍히면 가게를 그만둬야 한다’는 얘기가 떠돈다.

이런 달콤함 때문에 상인회장들은 시장의 전력량이 부족해 전선에 스파크(불꽃)가 튀고 소방시설 등이 부족한 현실을 눈감았다. 양성화로 상인들이 점포마다 주인이 돼 버리면 비싼 회비를 받지 못할 것이 걱정돼서다. 일부 상인들은 인천시가 나서 국유지인 점포(6.6∼9.9㎡) 토지를 매입할 수 있게 해 주길 바라고 있지만 상인회장들 눈치를 보느라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다.

상인들은 이번 화재를 발판 삼아 각 점포마다 소유권을 인정받아 남동구에 음식점으로 등록도 하고, 화재보험에도 가입하길 바란다.

1970년대 중반부터 전통어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상인들은 20년 넘게 자신들의 점포를 점유했기에 소유권을 주장할 권리도 있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 연안부두 젓갈 상인들이 들어오고 어민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들어온 상인들도 모두 20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를 이어왔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는 양성화보다 기존 시설 복구를 선택했다. 시 재난안전본부는 국민안전처가 긴급 지원한 10억 원을 들여 1개월 안에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신속한 복구 작업을 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