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줄서기의 원칙에 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지금에야 그 원칙을 신줏단지처럼 모시고 있지만 처음부터 기자의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기자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분에게서 줄서기에 관한 얘기를 듣고 옳거니 하고 무릎을 쳤다.

 그분의 얘기인즉 이랬다. 줄서기의 기본 원칙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짧은데 서는 것이라고. 물론 단서조항이 있었다. 정의와 불의, 참과 거짓의 줄 앞에서는 길이와 무관하게 정의와 참의 줄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민기·박완주 국회의원이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한 뒤 이런저런 항의성 전화나 문자, 댓글이 빗발친다고 한다. 두 의원은 지지선언문을 통해 "희망과 번영의 미래로 나가야 할 대한민국호의 선장으로 안희정 후보가 가장 적임자"라며 지지 이유를 밝혔다.

 여하튼 대세론을 굳히려는 주자나 지지자 입장에서는 이들의 행위가 섭섭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기자가 신봉하는 줄서기의 철칙대로라면 이들 두 의원은 적어도 원칙에 충실했다. ‘문재인=정의·참, 안희정=불의·거짓’이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 한 그렇다. 한발 더 나아가면 민주당 내 지지도 3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 편에 선 김영진·김병욱 의원이나 최성 후보 쪽에 있는 이들은 더 짧은 줄에 섰으니 원칙에 더 가까운 셈이다.

 줄서기는 권력자나 기관 등에 붙어 친분을 맺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때론 소신이라는 말의 대체어로 쓰기도 한다. 누군가의 소신이 누군가의 눈에는 줄서기로 비칠 수 있기에 스스로의 행위를 선제적으로 겸양하는 화법이다. "정치적 소신에 따라 ○○○ 후보를 지지합니다" 대신 "○○○한테 줄섰다. 어쩔래?"하는 식이다. 한데, 짧았던 줄이 길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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