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박근혜 영장심사 착잡한 얼굴 고스란히 … 떼어놓지 못한 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이 30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심사를 앞두고 삼성동 자택을 방문해 착잡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박지만 회장은 이날 오전 9시33분께 부인 서향희 변호사와 함께 삼성동 자택에 들어섰다. 친박계 의원인 자유한국당 최경환, 조원진, 유기준, 윤상현, 이우현, 김태흠, 이완영 의원도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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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법원의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자택을 나섰다. 동생 박지만 EG회장이 부인 서향희 변호사와 착잡한 얼굴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박지만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지난 2013년 2월 25일 18대 대통령 취임식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박지만 회장은 누나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와의 관계가 언젠가 큰 사단이 날 것이라 직감하며 관계를 갈라놓기 위해 애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지만 회장의 이러한 의도를 알고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동생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듯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동생을 청와대로 초정 한 번 하지 않는 등 상당한 거리를 뒀다.

박지만 회장과 서향희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를 받으러 떠난 뒤에야 삼성동 자택에서 나와 서둘러 발길을 재촉했다. 취재진의 쇄도하는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대응했다. 박지만 회장은 최근 한 매체를 통해 "누나가 부르면 언제든지 간다", "생활비라도 필요하면 도와주고 싶다"는 등 미움이 사랑으로 바뀐 애증의 관계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현관을 나가는 모습을 보고 박지만 회장과 서향희 변호사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고 그 모습을 본 박근혜 전 대통령도 눈물을 숨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박지만 회장은 지난 2014년 청와대 정윤회 문건 사태가 터진 이후 이 사건에 연루됐던 박관천 경장에게 "누나가 최순실과 정윤회 이야기만 나오면 최면이 걸린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관천 전 경정은 당시 "박지만 회장이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최순실 씨와 정윤회 씨"라며 "박지만 회장이 요즘 많이 외로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만 회장은 그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통해서도 "피보다 진한 물도 있더라"는 말로 최순실의 비선실세 의혹을 암시했다고 한다. 박지만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측근을 통해 "참담하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속앓이를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박지만 회장은 누나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제발 문고리 애들 정리하라"며 "왜 위험을 자초하냐"는 식으로 최순실과의 관계를 끊지 않으면 큰 화를 불러올 것이라 경고하기까지 했다는 전언이다.

박지만 회장은 둘째 누나 박근령 씨와 함께 지난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탄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아버지 최태민 씨에게 속고 있으니 구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탄원서에는 "최태민은 순수한 저희 언니에게 교묘히 접근해 언니를 격리시키고 고립시키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언니가 구출되지 못하면 언니와 저희들은 영원히 최태민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의 장난에 희생되고 말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저희들에게는 힘이 없으니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분은 오직 각하 내외분 뿐"이라고 호소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탄원서를 받은 후 최태민 일가의 가계도를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등 요주의 인물로 관리해왔다. 국가정보원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최태민을 집중 관리했다.

박지만 회장은 1990년 한 잡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큰누나와 최태민의 관계를 그냥 두는 것은 큰누나를 욕먹게 하고 부모님께도 누를 끼치게 된다"며 "반드시 떼어놔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동생이 직감한 수십 년의 우려가 지울 수 없는 큰 상처와 대한민국 전체를 흔들어 놓는 엄청난 태풍을 몰고 오면서 이날 박지만 회장의 마음은 누나에 대한 들끓는 애증과 최순실에 대한 증오 등 만감이 교차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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