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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저는 요즘 영화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최신 개봉작이 아닌 과거의 명작들 위주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감상 중입니다. 제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 ‘원기범의 별빛 라디오 (경인방송 FM 90.7 MHz 매일 밤 10:00-12:00)’ 토요일과 일요일 1부에 편성돼 있는 코너 ‘별빛 시네마’ 덕분입니다. 많은 인기를 끌었던 작품,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작 위주로 소개하고 줄거리뿐만 아니라 영화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 주옥 같은 영화음악들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이 코너는 벌써부터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을 많이 확보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 선정과 내용 소개는 코너 출연자이신 성균관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박인곤 교수님이 하시지만, 진행하는 DJ도 가능한 한 영화를 관람하고 방송을 해야 내용이 좀 더 알차고 재미있게 되리라는 신념 때문에 틈틈이 영화를 보고 있는 것입니다. 제 딴에는 영화를 꽤 많이 봤다고 자부해 왔는데 막상 명화 리스트를 접하고 보니 보지 못한 영화들이 훨씬 더 많아서 당황했었습니다.

 지난 3월 첫 주 주말부터 소개한 영화를 알려 드릴까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8월의 크리스마스, 쇼생크 탈출, 무간도, 더티댄싱, 연애소설, 포레스트 검프, 첨밀밀 등입니다. 그리고 엽기적인 그녀, 시네마천국, 늑대와 춤을, 백 투더 퓨처, 아마데우스, 세 얼간이 등이 애청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방송은 팟캐스트(http://www.podbbang.com/ch/13485)를 통해서 다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그 중에 방송 준비를 위해서 ‘세 얼간이 (3 Idiots)’라는 영화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이 영화는 흔히 발리우드 영화라고 불리는 인도영화입니다. 처음에 제목만 보고 코미디 영화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물론 코미디 못지않은 재미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것이 ‘세 얼간이’의 매력입니다. IMDb Top Rated Movies 수만 편의 영화중에 101위에 올라 있고 타임지에서 선정한 발리우드 영화 베스트 5에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흥행에도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인도 영화 역사상 최고의 수입은 물론이고 인도에서는 같은 달에 함께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를 꺾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1년 한 포털 사이트에서 역대 영화평점 순위 랭킹 1위를 내달리며 충무로 최고의 화제작이 되기도 했습니다. 미스터리한 공학 천재 란초가 고정관념에 휩싸인 다른 친구들(파르한, 라주)과 함께 살아가며 성장해가는 이야기들이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배꼽을 잡게 하는 재미, 눈시울을 붉히는 감동, 그리고 인도 영화 특유의 뮤지컬적 요소가 잘 어우러져 큰 감동을 줍니다. 특히 엔딩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부모의 기대와 희망대로만 살아오느라 자신의 꿈을 버릴 수밖에 없는, 혹은 아예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와도 많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입니다.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노래 ‘알 이즈 웰 (Aal izz well)’ 은 한 번만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마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중독성이 매우 강한 곡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란초가 밝힌 ‘알 이즈 웰’의 전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한 마을에 경비가 있었는데 야간 순찰을 돌 때마다 ‘알 이즈 웰’을 외쳤어.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마음 놓고 잘 수 있었지. 근데 하루는 도둑이 들었던 거야.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경비는 야맹증 환자였어. ‘알 이즈 웰’이라고 외쳤을 뿐인데 마을 사람들은 안전하다고 생각한 거야. 그날 온 마을 사람들은 깨달았어. 사람의 마음은 쉽게 겁을 먹는다는 것을……. 그래서 속여줄 필요가 있는 거지. 큰 문제에 부딪히면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하는 거야. ‘알 이즈 웰! 알 이즈 웰!’ 그래서 그게 문제를 해결해 줬냐고? 아니, 문제를 해결해 나갈 용기를 얻는 거지. 기억해 둬. 우리 삶에 꼭 필요할 때가 있을 거야." 눈치 채셨겠지만 알 이즈 웰 (Aal izz well)은 All is well (모든 것이 잘 될 거야)의 인도식 발음입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긍정적 자기 확신, 즉 ‘잘 될 거야’라는 믿음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필요한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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