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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양국 정상은 북한 핵개발의 진전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북핵 프로그램 억제를 위해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연합뉴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마라라고 정상회담’에서 별다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함에 따라 중국의 사드 보복과 이에 따른 한중 갈등도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회담에서 사드 한국 배치와 이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 철회 문제가 논의돼 미·중 정상 간에 해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됐지만, 사드 문제가 아예 회담 의제에 오르지도 못했다는 정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정상회담 직후 사라진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언론을 상대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주요 부처 장관들의 브리핑에서도 사드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도중 공식행사 막간에 기자들과 만날 때도 사드 언급은 없었다. 

 미 하원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보복중단 결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키고 상원의원 26명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복조치 중단의 역할을 주문하는 연명 서한을 보냈던 분위기와는 딴판이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보복 철회 문제를 잠시 꺼냈지만, 시 주석이 반응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시 주석의 바뀌지 않은 전략 인식이 맞부딪힌 이번 회담에서 사드 문제는 각종 미중 현안에 묻혀 곁가지로 밀려날 것이라는 한 중국 전문가의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구체적인 성과를 찾지 못한 채 양국 지도자가 표면적으로 미중 협력을 강조하며 우호적인 분위기만 연출하는 회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현실화됐다.

 한반도 관련 논의에서 당사자인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우려를 넘어 한국의 핵심 이해관계가 걸린 현안을 동맹인 미국이 외면했다는 반발론도 나올 수가 있다. 

 중국 측은 이번 회담에 앞서 사드 반대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천명한 바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5일 "한국 측이 중국의 합리적인 우려를 직시해 사드 배치 프로세스를 중단하길 바란다"며 중국의 사드갈등 출구전략 타진설을 일축했다.

이에 따라 한국으로선 당면 현안이었던 중국의 사드 보복조치를 중단하고 중국에 고조되는 반한 정서를 진화할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게 됐다.

 나아가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중 삼각 공조체계를 복원할 수도 없게 됐다.

 한국은 당분간 사드 보복에 맞설 독자적 대응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중국의 내부 정책과 전략이 바뀌지 않는 한, 북핵 문제에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한중간 사드갈등은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의 보복조치 확대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드갈등에 따른 한중관계 공백기는 한국의 새 대통령이 나올 내달 9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내심 한국의 새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철회, 또는 보류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한국에 새 정부가 출범해 사드 배치에 대한 진일보한 결정이 나오게 되면 한중간 사드갈등도 또 다른 변곡점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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