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이 전체 133개 점포 중 101곳을 없애기로 하면서 ‘유휴인력 800여 명을 전화나 인터넷 등 비대면(非對面) 채널에 집중하는 고객센터로 재배치할 것’이라고 13일 발표했다. 이에 노조는 ‘콜센터 업무를 맡기는 인력 재배치는 사실상 퇴직을 유도하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95%가 비대면 거래를 하고, 인터넷 전문은행까지 출범하는 상황에서 불가항력적인 자구안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진짜 위기는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방식으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은 사 측에 해고 의도가 없어도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지금의 고객대응과 컨설팅 업무가 사라지는 건 결국 시간 문제다. 변화는 시작됐다. 아디다스는 로봇이 생산하는 스마트팩토리를 독일 본사에 신설, 최소 몇 주 걸리던 운동화 1켤레의 생산 기간을 5시간으로 단축했다. 소요되는 인원(50만 켤레 기준)도 600명에서 10명으로 줄였다. 4차 산업의 수혜로 더 싸고 더 빠르게 고객수요에 대응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두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듯 ‘일시에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뾰족한 대응책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씨티은행과 아디다스 사태는 언제든 우리 모두에게 닥쳐올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사라지게 될 직종과 새롭게 생길 직종 간 직업의 전환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는 ‘산·학·관 삼위일체의 전문교육기관’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할 때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다. 대선 후보 간 ‘정부와 민간 중 누가 4차 산업의 주도권을 쥐느냐’의 논쟁도 의미가 있지만 이런 섬뜩한 위협에 대응할 국가의 역할부터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4차 산업의 본질인 혁신과 융합의 불씨도 잘 살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의 원격의료 인프라와 서비스 기술력을 갖고 있음에도 10년째 관련 산업이 표류 중이다. 기득권층의 반발과 진영 간 논리로 규제를 철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혁신을 저해하고 융합을 가로막는 요인을 극복해야 한다. 이렇듯 4차 산업의 추진은 ‘규제를 철폐하고, 기득권층의 반발을 극복하며, 직업전환 교육의 효용성을 높이는 작업’이 밸런스를 이뤄야 가능한 일이다. 이 세 가지 만큼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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