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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의 역사성

강옥엽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기호일보 독자위원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7년 04월 21일 금요일 제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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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옥엽 인천시 역사자료관 전문위원
흔히 역사문화유산이라 하면 오래된 건축물, 고문서, 왕릉 등 현재까지 남아 있어 눈으로 보고 만지고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역사적 기록으로만 전해질 뿐 그 장소와 공간은 변모되고 흔적조차 사라져 버린 문화유산들도 많다. 예를 들면 고려 후기 몽골의 침입으로 강화도가 제2의 수도 역할을 하면서 궁궐이나 성곽 등 당시에 조성됐던 문화유산들은 남아 있지 않지만 그 역사적 사실은 기록으로 남아 700여 년 전 일어났던 사실들을 복원하고 추론할 수 있게 한다. 그것이 역사문화유산의 또 다른 형태인 ‘장소의 역사성’이다. 최근 인천은 국립해양박물관 건립 100만 서명운동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월미도 갑문 매립지에 국비 1천315억을 투입해 4층 규모(총면적 2만2천588㎡)로 전시·교육·체험 중심의 종합박물관을 2023년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이러한 기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은 한국 최초로 중국으로 가는 바닷길의 개척지이자 해상교류의 거점이었고 168개의 섬을 가진 해양문화도시 인천이라는 장소의 역사성을 바탕에 두었기 때문이다.

 근대 이민의 최초 출발지 인천항이 가지는 역사성이 한국이민사박물관을 탄생시키는 배경이었고, 1950년 한국전쟁의 대반전을 가져왔던 인천상륙작전은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이 건립되는 역사적 명분이 됐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역시 팔만대장경과 상정고금예문, 훈맹정음, 디지털 한글문자 개발 등 인천에서 생성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현재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인천에는 이렇게 장소의 역사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많다. 지금 인천문화재단과 아트플랫폼이 있는 해안동 일대는 갯벌이었던 곳을 매립하면서 창고지대로 바뀌었고 곡물을 거래하는 무역항이 됐다. 그리고 이제는 문화예술인들의 활동 공간인 문화지대로 바뀌어 시공간을 뛰어넘는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중구 응봉산 기슭에 위치한 역사자료관(歷史資料館)도 동일한 공간에 다양한 역사가 중첩된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역사자료관은 이웃한 자유공원 및 제물포구락부와 함께 1883년 개항 후 인천 한 세기의 시대적 편린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아름다운 정원을 끼고 있어 개항 후 1900년께 일본인 사업가 코노(河野竹之助)의 저택이었다가 광복 후에 동양장(東洋莊)이라는 서구식 레스토랑으로 또 송학장(松鶴莊)이라는 사교클럽으로 사용됐고, 1965년 인천시에서 매입해 한옥 건물로 개축, 1966년 시장공관으로 변화했다. 인천항이 내려다보이는 수려한 경관과 정원으로 이름이 나 있는 이 공관을 거쳐 간 역대 시장은 13대 신충선(申忠善) 시장부터 최기선(崔箕善)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17명이었다.

 그리고 공관시대를 마감하면서 2001년 10월 8일 인천광역시 역사자료관으로 탄생됐다. 역사자료관은 인천 역사의 대중화를 지향하면서 인천의 역사를 집적하는 곳으로 시사(市史)자료의 발굴과 수집을 통해 이를 정리, 발간하는 시사편찬위원회 기능까지 겸하고 있다.

 인천 개항 이후 일본인 사업가의 저택이었던 이 공간은 광복 후 동양장·송학장 등 모임의 장소로 활용되다가 인천시장 관사로 변모했다. 인천 발전과 함께 일희일비(一喜一悲)했을 행정 수반(首班)의 역사가 스며있는 이곳은 34년의 세월이 지난 2001년 역사자료관으로 탄생됐다. 그리고 인천 역사를 정립하는 역사자료관으로 자리한 지 16년이 흘렀다. 어느덧 50여 년의 연륜을 가진 역사적 공간이 됐다.

 인천 개항과 함께 변화를 겪어온 역사자료관은 이제 근·현대사의 온갖 풍상과 역사를 기억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당시의 건축물은 사라지고 주변 환경은 바뀌었지만 100여 년의 세월을 견뎌낸 담장과 정원의 나무와 돌들은 남아 있다. 그리고 장소의 역사성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립해양박물관의 인천 유치를 기획하는 이 시점에, 인천에 산재한 장소의 역사성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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