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전라북도 전주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진정한 스포츠의 의미를 배울 수 있었다. ‘무주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U-20 월드컵’ 개막전, 각종 종목별 전국대회 등 국내외뿐 아니라 크고 작은 스포츠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거리 곳곳에 걸려 있었다. "지역에서 뭐 이렇게 많은 스포츠대회를 개최하느냐"고 물어봤더니, 전북기자협회장은 "비록 스포츠시설 인프라는 적지만, 스포츠대회 개최로 취할 수 있는 지역적 효과가 아주 많다"면서 "경제적·정치적 논리로 접근하는 공무원과 정치인들의 마인드라면 스포츠의 진정성을 절대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지금 인천을 보면, 이 전북기자협회장이 말한 내용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 위성도시를 벗어나 글로벌도시로 거듭나겠다는 인천은 오히려 스포츠를 무시하고, 정치적 도구로만 이용하려는 움직임에 창피함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준비하지 않은 국제대회(2014인천아시안게임)라고 "앞으로 내 앞에서 아시안게임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그것을 듣고 눈치만 살피며 아예 인천아시안게임을 인천에서 흔적도 없이 지우려는 공무원 등의 행태를 보자니 정말 창피해 고개를 들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스포츠 역사를 보면 88올림픽은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각인시켰던 하나의 역사며, 2002 한일월드컵은 온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했던 또 다른 역사다. 비록 인천아시안게임이 유치·준비·개최 등의 과정을 각각 다른 정치인들이 했고,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회였다고는 하나 스포츠 측면으로 봤을 때는 다른 나라들이 벤치마킹할 정도로 성공적인 대회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천아시안게임 역시 우리나라 스포츠의 한 역사며, 인천에서는 기록으로 길이길이 남겨야 할 하나의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과연 스포츠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한번쯤 되돌아봐야 한다. 그냥 국제대회가 있을 때 잠깐 응원하는 것인지, 아님 어떤 커다란 정치적 행사가 있을 때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를. 이제 인천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우여곡절 끝에 치른 인천아시안게임을, 아니 인천아시안게임으로 인해 지금 우리 인천시민들이 가지는 삶의 질 향상과 간접적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깊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스포츠가 갖는 의미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며, 그 스포츠를 갖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의 해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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