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교장 승진제도와 병행 실시되고 있는 공모제 교장 제도가 당초의 목적과 달리 운용되면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장 임용제도는 현행 승진제도와 병행해 교육계 외부인사에게 개방하는 개방형, 교장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 그리고 15년 이상의 교직 경력만 있으면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 등이 있다. 어떤 형태든 학교 교육력 제고에 기여하겠지만, 학교 경영에 대한 학교장의 비전과 소신을 제대로 파악해 교육 수요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 정부에서는 대선 과정에서 약속으로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확대될 전망이다. 내부형 공모제는 젊고 유능한 교사가 자율적이고 책임감 있게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장점이 있으나, 심사과정에 당해 학교 교직원의 참여 제한, 심사위원의 전문성 부족, 학연·지연 등 정치적 요소 개입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 또한 적지 않다. 더욱이 교장 임용을 목표로 30여 년 동안 노력해온 모든 교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막강한 인사권을 가진 직선 교육감 아래 코드인사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실제로 진보 교육감 소속 교육청에서 내부형 공모 교장 임용 결과가 대부분 특정 교직단체 소속임에서도 드러난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현재의 교장승진제도가 과도한 경쟁으로 교사의 교육력 낭비를 초래하고, 학교 경영자로서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자격증 무용론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교육 경력 15년 이상의 내부형 교장이 학교 경영을 더 잘할 수 있다는 객관적 지표나 연구 결과도 찾기 어렵다. 60여 년 동안 보완·개선된 현행 승진제도는 교원의 전문성과 학교 교육의 안정성 측면에서 그 의미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학교장은 학교 경영의 모든 권한과 함께 책임도 같이 지고 있다. 확고한 교육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인적·물적 관리와 회계 관리 능력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전문가임을 보증하는 교장자격증 소지자가 교장에 임용되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공모제 교장제도의 확대보다는 승진을 하지 않고도 교수학습 전문가로서 교직사회에서 우대받고, 능력을 인정받는 제도적 장치부터 교육현장에 정착시키는 게 정책의 우선순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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