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운영하는 업체를 국책과제 수행업체로 선정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전방위적 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19일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강 전 행장에게 징역 4년 및 벌금 5천만원을 선고했다. 강 전 행장의 ‘스폰서’ 역할을 한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강 전 행장이 자신의 지위를 망각하고 민원을 들어준다는 명목으로 지인들의 청탁을 들어주기 위해 지위와 권한을 남용했다"고 형량을 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범죄 결과가 중대한데도 강 전 행장이 자신의 지시를 따랐던 공무원이나 산업은행 임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등 지위나 역할에 걸맞지 않게 주장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강 전 행장은 2009년 12월 지인인 김모씨가 운영한 바이오에탄올 업체 ‘바이올시스템즈’를 ‘해조류 에탄올 플랜트 사업’ 부문 국책과제 수행업체로 선정해 정부 지원금 66억 7천만원을 지급받게 만든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었던 강 전 행장은 지식경제부에 압력을 행사해 바이올시스템즈를 국책과제 수행업체로 선정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2011년 3월 산업은행장으로 취임한 뒤 임기영 당시 대우증권 사장에게서 축하금 1천만 원을 현금으로 받은 혐의, 2012년 11월 플랜트 설비업체 W사에 시설자금 490억 원을 부당대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유죄가 나왔다.

 2008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고교 동창 임우근(68) 회장이 경영하는 한성기업 측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는 현금 부분만 유죄로 인정됐다. 법인카드를 받거나 골프장을 이용한 부분은 실제 금품이 오갔는지 의심의 여지가 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재판부는 강 전 행장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거액의 투자를 종용하지는 않았다고 보고 관련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를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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