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부품 제조업체 A사는 단가 협상을 할 때면 대기업 구매담당자에게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제시받으며 사정 반·협박 반으로 계약을 강요받는다.

의류잡화 부자재 제조업체 B사는 대기업으로부터 단가 인하를 위해 연매출에 육박하는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도록 지시를 받았다. 장비 구입 부담은 B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지만 장비 구매로 인한 생산비 절감의 이익은 대기업이 차지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1일 발표한 ‘하도급거래 부당 단가결정 애로조사’에 따르면 부당 단가결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업체 중 34.9%가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단가를 결정한 후 합의를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대상 업체의 14.3%가 부당 단가결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는데, 업종별로 조선업종이 19.3%로 가장 많았으며 전기·전자(15.9%), 자동차(13.3%) 순으로 조사됐다.

중기중앙회는 조선업종의 경우 노무비가 원가 구성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정확한 납품단가 산정이 어렵고,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조선업종의 불황이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대기업이 부당하게 단가를 결정하는 이유는 과도한 가격경쟁(58.1%), 경기 불황(14.0%), 업계 관행(11.6%) 순으로 협력업체들은 부당한 단가 결정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수용(62.8%)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제조원가를 구성하는 요소 중 인상 요인이 있음에도 납품단가에 가장 반영되지 않는 항목으로 노무비(47.9%)와 재료비(38.7%)가 꼽혔다.

한편, 부당하게 납품단가를 결정하는 행위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업체가 바라는 정책 방향은 자율적인 상생협약 유도(45.3%), 판로 다변화(19.0%), 모범 하도급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19.0%) 순이었다.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납품단가 협상이 많이 이뤄지는 연말·연초에 공정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며 "대기업은 일방적인 단가 인하보다는 공정한 방법을 통해 협력업체와 함께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camp@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