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예정된 수순이었다. 인천도시공사, 임대사업자인 마이마알이 사이 맺은 십정2·송림초구역 뉴스테이 사업의 계약 해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납득할 수 없는 사업구조에 따른 위험성은 이미 도시공사나 임대사업자 모두 감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지난해 2월 한국신용평가(KIS)는 십정2구역 관련 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위험요인으로 인천십정2뉴스테이(유) 통제 관련 위험, 기초자산(PF loan) 신용위험, 원천징수세액 관련 유동성위험 등을 꼽았다. 그럼에도 자산관리기관(IBK투자증권)은 뉴스테이 사업비(십정2구역 2천억 원, 송림초구역 500억 원)를 ABCP로 발행해 투자자를 모았다.

인천십정2뉴스테이는 도시공사로부터 뉴스테이 사업의 신축 공동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에스에프더베스트(유)에 대한 KIS의 신용평가서)’로 돼 있다. KIS는 투자자들을 위한 주요 고려 사항으로 ▶부동산매매계약에 따른 도시공사의 매매대금 반환 의무 ▶ABCP에 대한 IBK투자증권㈜의 인수 약정 등의 의견을 냈다.

에스에프더베스트도 ABCP 발행을 위한 페이퍼 컴퍼니(서류상 회사)다. 도시공사와 마이마알이가 맺은 부동산매매계약서를 근거로 한 인천십정2뉴스테이의 대출채권을 에스에프더베스트가 실행해 1천억 원의 ABCP를 발행한 것이다. 마이마알이가 자금을 조달하고자 IBK에 문의했고, 매입하기로 한 아파트가 건축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도시공사와 마이마알이가 체결한 매매계약서 자체가 대출채권이 발생하는 근거인 것이다.

또 에스에프터베스트, 인천십정2뉴스테이, 도시공사 간 체결한 ‘매매대금반환채권 양도 관련 협약서’에 따라 계약이 해지되면 도시공사→인천십정2뉴스테이→에스에프더베스트 순으로 사업비가 이동한다. 마이마알이는 이 때문에 2천억 원을 도시공사가 반환해도 이자인 108억 원을 IBK가 가져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도시공사가 직접 대출도 받지 않고 담보·신용 제공행위를 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려다 보니 ABCP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라며 "페이퍼 컴퍼니가 나쁜 것으로 인식되는데 ABCP 발행에는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시공사는 지방공기업법상 200억 원이 넘는 신규 사업을 진행할 때 인천시의회 의결을 받아야 하나 이를 거치지 않았다. 여기에 ABCP 발행에 담보·신용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도시공사는 십정2구역 뉴스테이 사업의 시행자가 아닌 인천시의 ‘대행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대행자는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 부평구에 대행자 지정을 요청하고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도시공사는 이미 총괄시행자로 지정돼 있는 상태다.

KIS가 에스에프더베스트 ABCP의 신용등급을 A1(최상등급)으로 평가하기 위해 고려한 항목에 ‘도시공사의 매매대금 반환의무’를 들었지만 도시공사는 여전히 십정2·송림초구역 계약 해지 책임을 마이마알이로 돌리려 하고 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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