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고 병든 노인들의 보금자리 소망의 집(인천시 남동구 고잔동)에 오늘은 활기가 넘친다.
 
건장한 청년들이 그것도 19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소망의 집을 점령한 채 지하층에서부터 3층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며 부산스럽더니 한 쪽에서는 이불 빨래를 하느라 바지자락이 젖는 줄도 모르고 또다른 무리들은 화장실이며 침대, 창문 틀 구석구석까지 먼지를 털고 닦느라 바쁘다.
 
그런가하면 서너 명이 달라붙어 스스로 몸을 가눌 수 없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목욕시키느라 진땀을 빼지만 몸을 씻은 할아버지는 모처럼 개운함을 느꼈는지 얼굴에는 희색이 돌고 손자뻘 되는 청년에게서 손톱을 깎이는 할머니도 잠시나마 몸이 아픈 것을 잊는 듯 하다.
 
오늘 소망의 집을 찾은 이들은 사회와 격리돼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름이 아닌 수감번호로 불리는 수형자들이다. 그래도 2급 이상 모범수형자들로 뽑혔기에 오늘처럼 구치소 밖의 공기를 마실 수 있고 땀 흘려 봉사할 수 있는 기회도 얻어 행복하다.
 
“사회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겠어요. 죄지은 몸이나마 노인분들을 씻겨드릴 수 있고 청소며 빨래도 해 줄 수 있어 저희들이 오히려 감사해 해야죠.”
 
이번이 두 번째 봉사활동 이라는 김모(42)씨는 걸레질하는 손놀림에 정성이 담겨있는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출소를 하면 이 곳을 다시 찾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듯 해 좀더 깨끗하게 방을 닦게되고 무거운 이불도 모두 꺼내 빨고 싶다.
 
또 다른 수형자인 황모(23)씨도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니 영어의 몸이 되고서야 소외된 사람들의 생활을 알게되고 이들의 손과 발이 되줄수 있는게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인천구치소는 출소를 얼마 안 남겨둔 모범수형자들이 소망의 집처럼 많은 이들의 손이 필요한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스스로를 교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이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아직은 모범수형자들로 제한돼 있지만 이들이 사회에 다시 뛰어들기 전 스스로를 돌아보고 특별한 각오를 다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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