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안이한 가뭄 대책이 섬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인천 섬 곳곳에서 가뭄 피해가 나타나고 있는데도 시는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해야 대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인천의 강수량은 125.1㎜로 평년(239.9㎜)의 52%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5월 강수량은 평년 대비 21%에 불과해 모내기철 가뭄이 심각한 상태다.

지속적으로 물 부족 사태를 겪어 왔던 섬 지역의 피해는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당장 논 농사부터 가뭄 피해를 겪고 있다. 옹진군 섬 주민들은 수로와 저류지 물을 사용해 모내기를 겨우 마쳤다. 하지만 이후 논에 댈 물이 없어 속만 태우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시가 29일 주최한 ‘통·리장 한마음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남동공단 근린공원에 모인 모도·신도·굴업도·연평도 이장 30여 명은 한 목소리로 시에 가뭄 대책을 요구했다. 대회에 참가한 이장 A씨는 "지하수 관정을 뚫어 농업용수를 사용했는데 얼마 전부터는 물이 나오지 않아 모내기를 못한 주민도 있다"며 "비가 안 오니 논의 물이 점점 줄어 인천시가 빨리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먹는 물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존에 식수를 공급받던 소청도·소연평도 외에 소이작도·시도·소야도·굴업도·백야도·울도·대청7리 주민들이 이날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에 식수 공급을 요청했다.

이처럼 심각한 물 부족을 호소하는 섬 지역 주민들의 타는 마음과 달리, 인천시의 대처는 안이하다 못해 태평하다. 당장 모내기할 물이 부족하다는 섬 지역 주민들의 호소에도 시는 저수율을 기준으로 5월 모내기까지 사용할 물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인천 저수율은 53%로, 평년 저수율 66%에 못 미쳤지만 아직 대응태세에 돌입할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시는 6월까지 가뭄이 지속되면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가뭄 대책을 마련해야 할 태스크포스(TF)도 다음 달에나 운영에 들어간다.

시 관계자는 "5월 모내기까지는 농업용수가 충분하다고 판단해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고, 아직 논 농사 피해가 접수된 바 없다"며 "이대로 가뭄이 지속된다면 6월 중순이나 말이면 가뭄 상태가 심각해질 수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말라가는 논을 지켜봐야 하는 섬 주민들의 속만 타 들어갈 뿐이다.

김경선 인천시의원은 "모내기 이후 땅이 말라 농작물이 피해를 입은 후에 대처하겠다는 게 무슨 대책이냐"며 "섬 지역 가뭄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시가 사전에 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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