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사전은 ‘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못 받고 있는 자녀’로 규정한다.

 물질적 풍요는 정서의 기반을 형성하기에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기대고 비빌 언덕 없이 성장한 흙수저는 낮은 자존감과 ‘트라우마틱(Traumatic)’한 삶의 태도를 본바탕으로 한다. 다행히 일찍 철 들어 자본주의의 원리를 간파한 일부 흙수저는 전문직 교육 또는 일류 대학 진학을 통해 신분 세탁의 기회를 잡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흙수저 내면의 깊은 심연은 그가 어느 계층에 속하든 외적 치장으로 가려질 순 없고, 약한 고리는 부조화 속에서 언제든지 쉽게 파열된다. 청년과 직장인의 67%가 스스로를 흙수저라 칭하는 사회. 31%의 은수저와 2%의 금수저가 지배·운영하는 사회에서 흙수저에게 3가지 당부를 남긴다.

 우선 인생의 시기별로 멘토를 만나거나 돈을 주고서라도 멘토링을 받으라는 것이다. 공자 같은 지인을 옆에 둬서 15세에는 책을 파라(지학·志學)하고 30세에는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되라(이립·而立)하고, 40세에는 실수 없는 정무적 판단을 통해 벼슬을 가지라(불혹·不惑)고 할 만한 진지한 멘토가 꼭 있어야 한다. 없으면 찾아내라. 자신의 삶을 감당하지 못하는 흙수저 부모에게 배울 수 있는 철학은 인생의 설계나 단계별 계획이 아닌 ‘어쨌든 버텨내는 삶’으로서 메시지만 부각될 뿐. 또 흙수저의 물질적 정서적 유약함을 역이용해 물질로 환심을 사고 멘토링을 가장한 현란한 수사에 빠져 헤어날 올 수 없는 동맹을 맺어서도 안 된다. 가짜다.

 둘째, 흙수저는 결혼과 출산에 누구보다 신중해야 한다. 물질적 향수보다 사람에 대한 향수가 큰 흙수저가 안정되고 따듯한 가정의 울타리를 만들고자 함은 종국적 소망이지만, 물질적 근간이 없는 흙수저 간 결혼은 이내 수많은 난관에 봉착해 절벽(이혼) 끝에 이른다. 흙수저 간 결혼에서 최우선 가치는 ‘생활 철학의 일치’이며 생활 철학과 가치관, 삶에 대한 태도의 일치 없는 흙수저 간 결혼은 물질적 박탈감으로 파국의 경계를 평생 오갈 뿐이다. 셋째, 흙수저의 중장년 부모 혹은 출산을 통해 새롭게 부모가 된 흙수저는 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외적 치장과 순간의 유희와 절연하고 개미처럼 일해서 빚 걱정, 돈 걱정, 노후 부담이 전가될 걱정 없는 자식의 삶을 만드는데 바쳐져야 한다. 3대에 걸친 가난의 대물림은 용서받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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