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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연 수필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입시정책의 향방이다. 대망 찬 5년 정권 기획 과정에 백년대계를 기약하는 새로운 교육 정책이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사교육을 유발하고 고교 서열화를 이끈다는 이유로 공들여 키워 온 외고와 자사고(자율형 사립고)를 2020년부터 폐지하겠단다.

 벼룩 한 마리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듯 세월호 참사를 핑계로 해양경찰청을 해체한 박근혜 정부의 경솔함을 다시 보는듯해 마음이 씁쓸하다.

 정부의 개입 없이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자사고는 전국에 46곳, 외국어를 잘하는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외고는 31곳이 있다.

 자사고와 외고 출신 학생들이 대학입시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자 폐지론자들은 중학교 학부모들이 이들 학교에 자녀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과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자사고·외고가 우수 학생을 싹쓸이해 일반고가 황폐화되는 교육 불평등이 심화됐고, 고교를 서열화해 사교육을 유발하는 데다 초등학생까지 경쟁으로 내몬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비를 일반고의 3배씩 받아 부유한 학생들만 갈 수 있다고 했다. 마녀사냥식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민족사관고, 광양제철고, 상산고, 포항제철고, 현대청운고 교장들은 명문대 합격률이 높은 것은 실력에 큰 편차가 없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실 있는 수업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성과라며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반대했다.

 외고와 자사고가 해로운 교육기관이라면 조국 민정수석과 조희연·곽노현 교육감은 왜 자녀들을 그곳에 진학시켰는가.

 사드 배치는 국가안보상 생략해도 될 환경평가의 절차가 무시됐다며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하면서까지 지연시키면서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은 어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 하는가.

 생존경쟁의 사회를 헤쳐 나가려면 어차피 학생시절부터 경쟁에 익숙해져야 한다.

 내 막내딸은 민족사관고를 졸업하고 미국의 모 대학에 유학 중이다. 아내는 자사고에 입학시키기 위해 딸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전국의 특목고를 섭렵하며 학교 측이 필요로 하는 수상 경력 등 각종 정보를 수집했다.

 중학교 때 시집을 2권이나 발간하고 독서를 너무 좋아해 "책을 그만 읽고 학교 공부도 하라"고 핀잔을 줄 때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친구를 잘못 사귀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다.

 매스컴에 자주 보도되는 학생의 교사 폭행과 각종 청소년 범죄로 경찰서 문턱을 드나드는 부모들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다.

 딸은 기숙사 생활을 하며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규칙적인 생활을 통한 인성교육, 체력단련과 영어 위주의 강도 높은 학업 덕분에 비행은커녕 사춘기를 치를 틈도 없었다. 해외여행 때는 통역을 도맡았고 별도로 대학입시 학원을 전전하지도 않았다.

 현실이 이러니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가진 학부모치고 사제간의 존경심과 면학분위기로 가득한 자사고를 선호하지 않을 이가 어디 있겠는가.

 예부터 인재 하나를 잘 키우면 일만 명의 백성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저학력 평준화로 논문 표절자를 양산하는 것보다 세계에 국위를 선양시킬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외고와 자사고를 유지시키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열린교육’이라는 미명하에 저학력 평준화로 ‘이해찬 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던 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외고와 자사고 폐지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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