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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자빌딩. /부산시 제공
인천 지역 근대건축물 보존과 활용 방안은 인천과 마찬가지로 항구도시로서 근대산업이 시작된 부산에서도 찾을 수 있다.

부산시는 2010년 전국 최초로 ‘부산시 근대건조물 보호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지역 근대건조물을 체계적으로 관리 중이다. 조례에 따라 기본계획을 세우는 것은 물론 근대건조물보호위원회를 따로 구성해 오래된 건물의 역사적 가치판단을 맡기고 있다.

12일 부산시에 따르면 해당 조례 제정 2년 만인 2012년 근대건조물 활용을 위한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이는 부산 내 근대건축물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판단하고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근거가 됐다.

이 조사에 따라 목록화된 부산시 지정 근대건축문화자산은 총 196개다. 이 과정에서 위원회는 각자 보유한 자료들을 토대로 보존 가치가 있는 건축물을 판단하고 활용 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위원회는 학예연구사, 박사, 교수 등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과정을 가장 잘 거친 사례는 부산시 중구에 위치한 ‘청자빌딩’이다. 근대 금융도시로서 부산이 지닌 역사를 알려 주는 이 건물은 1918년 건립된 옛 한성은행 부산지점 건물이었다. 1964년 지상 2∼3층을 증축해 현재 규모(건물면적 652.46㎡)를 갖췄다. 그동안 개인 소유로 사무실 등의 용도로만 사용됐던 이 건물은 2015년 소유자가 매도 의사를 밝히면서 개선사업에 물꼬를 트게 됐다.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아 철거 위기에 놓였지만 부산시 등이 적극적으로 협의해 매입한 것이다. 당시 투입된 비용은 18억5천만 원이다.

이후 부산시는 위원회와 함께 해당 건물의 활용 방안에 대해 자문과 심의를 거쳤고, 원도심 거점 생활문화공간으로 개선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해에는 원형 복원 활용 등을 위한 진단 용역을 실시하고 구조안전진단을 거쳐 설계를 완료했다. 현재 청자건물은 외관과 세부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이 건물은 주민 동아리 활동, 공연·전시, 강연, 커뮤니티 공간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그동안 분산돼 있던 원도심 생활문화공간을 통합하는 거점시설로 거듭나는 것이다.

부산시의 이러한 행보는 얼마 전 인천시 중구 애경사 건물 철거 과정과 비교된다.

당초 애경사 건물은 벽 대부분이 그을린 데다 시멘트가 깨져 빛이 그대로 들어오는 등 보존이 잘 되지 않아 주민들의 민원 대상이었다. 이에 따라 중구는 애경 기업과 인천시 등에 해당 건물을 매입하거나 다른 방안으로 활용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이 건물을 자체적으로 매입한 중구는 동화마을 주차공간 부족 민원에 따라 이 건물터를 주차장으로 활용하기로 하고 철거를 진행했다. 부산시처럼 관련 조례에 따른 기본계획이나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있었다면 얼마든지 원형을 유지하면서 다른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관련 조례와 기본계획에 따라 우리가 보유한 근대건축물이나 관련 자산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고, 전문가인 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역사적 가치 등급에 따라 활용하는 과정이 안정화되고 있다"며 "무조건 오래됐다고 해서 모든 건물을 보존·관리할 수는 없는 만큼 정확한 조사와 가치판단, 활용 방안 모색은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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