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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A가 인천 남항에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최첨단 자동차 클러스터’ 조감도. 제공=IPA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IPA)가 추진하는 남항 자동차 수출 물류 클러스터가 실수요자인 중고차 수출업계와 괴리감을 보이고 있다.

송도 영세 업체들은 기존보다 3배나 비싼 임대료로 갈 곳을 잃고, 중구 연안동 일대 주민들은 환경피해로 반발이 예상된다.

18일 시와 IPA,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수출 물류 클러스터는 1단계인 2020년 중구 연안동 제1국제여객터미널 부두 외부 컨테이너 야적장(11만8천㎡)에 주차타워·경매장·검사장·세차장 등 기본 시설을 배치한다.

2단계인 2022년에는 컨테이너 복합물류창고(8만5천㎡)에 자동차정비·부품·공원·교육시설 등 부가시설을 추가로 설치한다. 3단계인 2025년에는 이전하는 석탄부두(19만4천㎡) 자리에 수입자동차 PDI(출고 전 차량 점검)센터 등 관련 산업시설이 들어선다.

시와 IPA는 이달 말 지역주민 설명회를 열고, 다음 달 중 국회 정책토론회(안상수 의원실 주최), 지자체 및 주민 공동 현장 견학을 진행한다. 올해 말 민간사업자를 공모하고 2018년 사업자를 선정한다.

관건은 임대료다. IPA 측이 현재까지 추산한 3.3㎡당 임대료는 2만5천∼3만 원 정도다. 송도유원지 중고차수출단지 임대료는 3.3㎡당 9천 원이다. 업계는 대형 업체만 배 불리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순수 민간업체들이 일군 중고차수출기지의 명성을 시와 IPA가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 관계자는 "IPA가 중고차수출단지를 만들면서 조합과 대화를 한 번도 하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며 "월 수익이 300만 원 정도인 업체 대표들이 80%인데, 이 기준이 아니라 월 2천만∼3천만 원 버는 20%만 고려해 남항에 단지를 만드는 것은 산업 말살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중고차수출산업은 민간 영세 업체들이 해외 바이어와 신뢰를 쌓아 가며 이뤄 내 대기업들도 진입하기 어렵다. 대우와 현대, SK 등이 사업에 손을 댔다가 쓴맛을 봤다. 영세 업체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산업을 이끈다. IPA 측이 일본 중고차수출산업을 벤치마킹했다고 하지만 일본은 1개 업체가 국내 업계 전체 물량과 맞먹을 정도로 여건이 다르다.

업계는 자동차정비·부품·운송업 등 56개 산업이 집약된 중고차수출단지를 1∼3단계로 나눠서 옮기면 단지가 쪼개지고 산업 집적 효과를 떨어뜨린다고 우려한다.

시와 IPA 측은 "지금보다 임대료가 비싸지겠지만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지 않느냐"며 "임대료 산정은 기초단계이며, 많은 업체가 입주할 수 있도록 업계와 충분히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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