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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남구 동양장 사거리.

23일 오전 9시 30분께 인천시 남구 승기사거리 일대는 온통 ‘물바다’였다. 승용차들은 고립된 채 오도 가도 못했고, 버스도 가다 서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국민안전처의 호우경보 문자가 온 지 10분 후였다. 20분 뒤 500m 떨어진 인근 빌라 반지하의 95세 치매노인은 들이닥친 빗물을 피하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인천시의 엉성한 재난안전관리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23일 인천시와 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내린 비로 인천 전역에 호우경보가 발령됐다. <관련 기사 19면>

3시간가량의 짧은 시간 지역에 따라서는 100㎜가 넘는 물 폭탄이 떨어졌다. 남구 110.5㎜, 동구 104㎜, 부평구 92㎜, 중구 85.5㎜ 등이 내렸다. 이번 비는 국지성 집중호우로 특정 지역에 집중돼 피해가 컸다. 중구의 경우 영종도 내에서도 운남동은 85.5㎜의 폭우가 내린 반면 운서동의 강수량은 1㎜에 불과했다.

남동구는 전체 강수량이 25㎜로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지역에 따라 도림동·간석동 등에 폭우가 쏟아져 침수 피해가 있었다.

동 단위에서도 격차는 벌어졌다. 연수구 동춘동 내에서 관측소에 따라 송도는 25㎜, 남동인더스파크는 2㎜의 비가 왔다.

그러나 시 재난안전관리시스템은 이 같은 편차를 읽어 내지 못하는 구조다. 지역의 기상청 측정소는 16곳으로 도서 지역을 빼고 중구(4), 연수구(2), 부평구(1), 서구(2)에만 설치됐다. 한 다리 건너 물 폭탄이 쏟아지고 있어도 측정소 주변만 잠잠하면 재난 컨트롤타워에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측정소의 강수량을 기준으로 비상근무 등의 조치가 이뤄지다 보니 대처도 늦을 수밖에 없다. 시는 국민안전처가 호우경보를 발령한 오전 9시 20분께서야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침수 피해 예방을 당부하는 안내문자도 뒤늦게 전달됐다. 남구 승기사거리, 남동구 간석역, 부평구 부평구청 앞 등 지역은 침수 피해를 입은 뒤였다. 대응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재난안전관리시스템을 세분화하는 등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재난관리시스템에 따라 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져야 비상근무체제로 들어간다"며 "경보 발령 이후 전 직원의 절반이 비상근무에 나서 피해 상황에 대처했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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