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 ‘옛 선경직물 수원공장’<본보 8월 11일·16일·17일자 1면 보도>과 관련해 문화유산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문화재청은 해당 공장이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보존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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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2월 경기문화재단의 ‘경기도 문화유산 콘텐츠 및 활용을 위한 선경직물 수원공장 2차 현장조사’에 참여한 조사단이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사무실 건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경기문화재단 제공>
20일 경기문화재단 등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2012년 2월 경기문화재단의 ‘경기도 문화유산 콘텐츠 및 활용을 위한 선경직물 수원공장 2차 현장조사’에 참여했다.

2차 현장조사는 이보다 앞선 2011년 12월 ‘경기도 현대 산업근거지 조사 사업’을 벌이던 경기문화재단의 1차 조사에서 공장 및 기타 시설물 등은 수원시의 대표적인 산업 근거지로서 원형이 잘 보존돼 산업유산으로서의 가치 여부가 확인됐고, 이 중 공장 본관과 사무실 등은 근대문화유산의 가치가 충분할 것으로 판단돼 세부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옴에 따라 진행됐다.

당시 문화재청에서는 문화재위원회 근대문화재분과 위원장이 자문위원으로 조사단에 참여해 직접 현장을 살펴본 뒤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와 보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일제시대였던 1944년에 지어진 사무실 건물에 대한 복원 수리 실시를 제안했다.

또 1959년 건립한 본관 건물에 대해서는 건물 외벽의 타일 상태에 대해 "이 정도로 보존 상태가 좋은 1959년에 제작된 타일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할 것"이라며 현대식 타일로의 보수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처럼 문화재청은 옛 선경직물 수원공장이 중요한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등록문화재 지정 추진에 대해 소유주인 SK그룹에 관련 내용을 권고하거나 관할 지자체와 협의를 벌이는 등 공장을 보존할 수 있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특히 문화재청은 철거 공사가 시작된 현재도 관할 지자체인 수원시가 해당 공장의 소유주인 SK그룹의 동의를 거쳐 등록문화재 지정을 요청할 경우에만 관련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문화재 관련 한 전문가는 "등록문화재 제도는 근대문화유산이 정당한 가치 평가 없이 훼손·멸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경기도와 수원시는 물론, 우리나라 산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갖고 있는 해당 공장의 보존을 위해 문화재청도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선경직물 수원공장의 등록문화재 지정은 소유주인 SK그룹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며 "다만, 향후 수원시가 SK그룹을 설득해 등록문화재 등록을 요청하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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