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더운데 사람의 머리도 꽤나 더운 것 같다. 열이 치받혀 이성을 팽개치고 생각보다 감정이 앞서 충돌로 치닫는 걸 보면 저마다 몸 안에 숨겨 둔 의식들이 저들도 모르게 튀어나오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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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구 의왕소방서 현장대응단장
 하루야마 시게오는 그의 책(「뇌내혁명」)에서 인간이 화를 낼 때나 긴장이 되면 뇌에서는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 물질은 대단한 독성을 갖고 있어서 화를 쉽게 내거나 스트레스를 내게 되면 이 호르몬의 독성으로 신체 면역력 저하와 함께 질병 감염이 쉽고 노화가 빨라져 수명을 단축하게 된다고 한다. 결국 화를 참지 못하면 내부적으로 자기 자신을 서서히 죽이는 결과를 갖게 되고 외부적으로는 행위의 결과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그래서 자신을 다스리는 힘이 필요하다.

 세상을 살기에는 적당한 중용이 필요하다. 대충이라는 의미의 적당함이 아닌 편을 가르지 않고 어떤 것이든 받아들이고 포용할 수 있는 중도의 도리 말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풍족한 물질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살기에는 무난한 듯하다.

 지금 우리들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물질의 형태이고, 물질을 구성하는 현상세계 이면에는 무형의 세계가 존재할 것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과 생각이라는 무형의 세계에서 행위라는 유형적 움직임이 나오듯이 보이는 세계 이면에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세계가 똑같이 존재하고 있을 듯하다. 결국 어떤 결과의 이면에는 어떤 원인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이기주의와 지나친 욕심은 때로는 고통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세상은 내가 한 만큼 받는 법이다. 누군가 현실세상에서 납득할 수 없는 부를 쌓아 누린다고 해도 그는 과거 어느 땐가 그만한 공을 세웠을 게 틀림없다. 반대로 지금 세상을 힘겹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과거의 어느 때에 그만한 씨앗을 뿌렸을 것이다. 그러니 세상의 어려운 일들을 극복하는 방법은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일들을 겪어야 할 당연한 일이라 여기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상대가 나에게 고통을 준다고 다시 그 고통의 몇 배를 상대에게 돌려준다면 다시 또 그 몇 배가 돼 나에게 반복돼 돌아올 것이다. 상대로 인해 내가 어려움을 겪었다면 나는 이미 과거 어느 땐가 상대에게 가한 고통의 빚을 갚은 것이 된다. 모든 대상들이 나에게 주는 어려움을 긍정으로 받아들이고 상대를 측은하게 볼 수 있는 넓은 가슴과 생각의 폭이 있다면 아마도 그 고통은 쉽게 사라질 것이다.

 때린 사람보다 맞은 사람의 마음이 편하다 했던가.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은 과보라는 빚을 지었지만 힘들게 당한 사람은 그것으로 빚을 갚았으니 그것으로 끝내야 한다. 빚을 진 사람은 굳이 내가 미워하고 보복하지 않아도 그가 스스로 지은 과보로 인해 자연의 이치처럼 스스로 그 벌을 받을 것이니 세상엔 조금도 한 치의 에누리가 없다. 행위한 만큼, 생각을 지어낸 만큼 그 결과를 받는 것에는 에누리가 없기 때문이다.

 화를 낸다는 것은 열을 내는 일과 같다. 열이라는 화는 생각에서 나오고 몸 안에서 나오고 스스로의 육신을 태우는 행위다. 남에게 화를 던지고 자신을 태우는 비생산적 행위는 무모한 일이다. 사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조금만 더 생각하고, 조금만 더 물러설 줄 안다면 분노하지 않아도 되고 보복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로 미운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그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면 상대하지 않는 것이 으뜸이다. 그의 언어적·물리적 폭행에 맞서지 않는 것이다. 만약 맞선다면 언젠가에 다시 또 서로 빚을 갚기 위해 만날 게 뻔한 일이다.

 누군가 나에게 선물을 가져왔을 때 그 선물을 받지 않는다면 그 선물은 다시 가져온 자의 것이 되듯이 상대의 폭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더 이상 그 폭력은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을 넉넉히 쓰고, 긍정적으로 되돌리고, 원망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

 날이 덥다고, 짜증이 올라온다고 거기에 화까지 내서 더한다면 더욱더 핏줄은 뜨거워질 것이다. 바깥은 더워도 마음은 시원해야 한다. 조금만, 조금만 더 상대를 이해하면 된다. 어려운 듯 쉬운 방법을 실행하지 않으면 폭력과 보복이 쉽게 이뤄지는 세상이다. 더운 날 열을 식히며 살아야 노드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고, 화로 인한 질병과 수명 단축을 피할 수 있다. 그래야 이 무더운 여름을 조금은 시원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결과를 얻고 싶으면 좋은 씨를 뿌려야 한다. 짧은 시간 화를 참지 못해 긴 시간을 힘들게 감당하지 않으려면, 또 수명을 단축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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